다음달 3일이면 한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다. 해마다 추석이면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소박한 소망을 누구나 갖는다. 추석 풍속은 현대 사회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다. 추석은 분산된 혈연이 집합하는 계기가 되고 혈연 간 협동과 화목을 다지는 핵의 구실을 하고 있다. 물질 만능의 현대인들도 한가위가 되면 정이 솟아 친족에 줄 선물과 조상께 올릴 차례용 제수를 사들고 고향을 찾는다.

이처럼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추석이지만 재래시장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만 않을 것 같다. 명절이면 반복되는 소망이지만 재래시장의 경우를 살펴보면 걱정이 앞선다. 믿을 수 있는 상품을 보다 싼 값에 살 수 있는 곳이 재래시장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막연한 판단일 뿐 실제는 이와 다르다. 장사 터를 밑천으로 필요한 물건을 찾는 손님을 기다리기만 하는 판매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게 지역 현실이다.

추석 다가와도 분위기 밝지 않아

음성군은 명절 때마다 공무원을 비롯한 가족들이 대거 재래시장 살리기에 나서왔다. 행정기관이 주축이 돼 각종 행사의 시상품 등 물품 구입 시 상품권을 활용해 왔다. 여기에 관내 기업체도 직원들에게 명절 휴가비 지급 시 상품권을 활용하며 지역에서 창출한 자금을 주민들을 위해 환원하고 투자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음성군의 경우 현재 전체 점포의 90%를 차지하는 1천534개로 가맹점을 확대해 상품권 유통을 촉진시켜 왔다. 2004년 11월부터 5천원권과 1만원권 2종을 발행, 판매하는 ‘신바람음성사랑상품권’은 지난 달 말 현재 170억 여원의 판매고를 보이며 지역 내 상권 보호에 앞장서왔다.

2002년 발행된 ‘진천사랑상품권’도 현재 39억 여원의 판매고에 796개의 가맹점을 확보한 상태다. 증평군도 2004년부터 ‘증평사랑 으뜸 상품권’을 29억 여원 판매하고 있으며 가맹점만 787개를 두고 있다. 1996년 발행된 ‘괴산사랑상품권’도 122억 여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재래시장 활성화를 촉진시켜 왔다.

이처럼 각 자치단체마다 상품권을 발행하고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이것도 한계가 있다고 본다. 행정당국에 매달려 살아간다는 고정관념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재래시장이라는 케케묵은 틀에서 벗어나 경쟁에서 이기려면 변하지 않고는 안 된다. 요즘 재래시장의 판매 행태는 대개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나 다름없다. 대형마트보다 훨씬 가격 경쟁력이 있으나 손님이 찾아 주기만 기다리는 식의 상원으로는 살아날 수 없다고 본다.

고객 유치 경쟁의 첫째는 가격과 고객 만족도다. 고객은 대형마트 물건이 비싸지만 깨끗한 시설과 고객을 왕으로 생각하는 친절한 매너 때문에 이용한다. 왕으로 대접 받으며 품질을 믿고 신뢰할 수 있으니 비싼 가격을 인정하더라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재래시장은 고객을 왕처럼 모시는 서비스 체계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모든 재래시장 상인들이 불친절하고 시장 살리기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훈훈한 정과 싼 가격 때문에 재래시장을 찾는 것이다.

대형마트는 백화점의 장점과 재래시장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시장을 공략 중이다. 편리하고 깨끗한 시설에서 깔끔하고 값싼 농산물을 살 수 있다면 소비자는 외면하지 않는다. 재래시장을 기업 운영의 체계로 바꿔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장보기를 활성화 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인터넷이 발단된 요즘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재래시장이 대형 할인점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된다. 주민자치가 활성화된 각 읍·면사무소마다 자원봉사자를 이용한 시장 봐주기 코너를 만들어 이용하고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하는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

인터넷 이용·원산지 증명 등 자구책을

원산지 증명제 도입 또한 중요하다. 재래시장의 물건을 구입하면 원산지가 의심스럽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상품의 추적 시스템이 희박해서 그렇다. 재래시장의 농산물을 공시 하고 산지 직거래 망을 만드는 자구책과 고객들이 알기 쉽게 산지 표시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양심과 도덕성에 의한 정확한 원산지 표시제 실시만이 상거래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수입 농·수산물과 국산이 쉽게 구별되지 않는 점을 악용한 상인들이 서민인 소비자들을 속이는 비양심적인 상행위를 일삼으면 재래시장은 살아날 수 없다. 외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당시만 이익을 취하겠다는 얄팍한 상술은 지역 상권을 붕괴시키고 나아가서는 재래시장이 설 곳을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비자단체들의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의 품질 및 가격 비교 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사실은 흔히 입증된다. 이제 재래시장의 인식을 ‘산지 물건은 재래시장에서 찾는다’로 바꿀 필요가 있다.

지역 사랑은 말이나 생각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창의적이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일 때 재래시장 상권은 효율성을 보일 수 있다. 이번 추석은 모두가 만족하는 훈훈한 한가위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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