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충북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확신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뜬금 없는 출마변 때문에 하는 말이다.

그는 최근 도정 브리핑 자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려는 세력이 특정 정당과 연계되는 것을 충북만이라도 막아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감에 지사를 해야 한다”고 출마 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는 이명박 대통령 휘하 친이(친이명박)계가 자주 써먹는 말이다.

내년 지사선거 출마배경 설명 황당

지역발전을 위해서라거나 그동안 벌려놓은 사업을 알차게 마무리하기 위해서 등의 이유라면 모를까 뚱딴지같이 자유민주주의 붕괴 세력을 막기 위해서 지사 선거에 출마한다?

그보다 여태껏 수없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정 지사같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출마하겠다는 사람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왜 갑자기 충북지사 선거에 색깔론을 끌어들이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정 지사는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된다. 그가 친이계 코드 맞추기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내년 지방선거 때 공천을 받기 위해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제도 정치권에서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제도 정치권에서 멀어지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소신을 지킨 후 후일을 도모한다? 우리나라에 이런 대범한 정치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정치인들은 일반에 잊혀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선거에 떨어지면 제도권 재진입은 쉽지 않다. 그래서 정치인에게 일반의 관심 두절은 사망선고와 같다.

대권 야망을 꿈꾸고 있는 오십 후반의 정 지사는 더더욱 내년 지사 선거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일단 당선되고 나서 욕을 얻어먹더라도 지사직을 중도 하차한 후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는 게 정 지사의 대권 도전 정석 풀이다.

당선되기 위해선 당의 지원이 필요하고 그 첫 관문이 공천 통과이다. 공천에서 탈락한 후 당을 뛰쳐나가 무소속이나 타 당 당적을 갖고 선거에 나간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내년 선거 공천은 정 지사에게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특히 대권 도전 시도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공천에서 탈락해도 꼼짝없이 당에 남아야 하는 게 정 지사의 숙명이다.

요즘 지역 정치권에서 정 지사가 이 대통령 코드 맞추기에 열심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주요 당직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친이계의 눈 밖에 날 경우 정 지사 뿐만이 아니라 아무리 날고 긴다는 인사도 한나라당 당적을 갖고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장담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당정 분리는 말 뿐이라는 것을 정 지사가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정 지사가 이 대통령에게 ‘찍혔다’는 소문이 있었다. 수도권 규제 완화로 전국이 떠들썩할 때였다.

이 대통령이 시·도지사들을 청와대로 불러 모아 국정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정 지사가 “수도권 규제 완화로 지방 이전 기업이 수도권으로 유턴하고 있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고 한다.

“그 기업이 어디냐”는 이 대통령의 질문에 정 지사가 우물쭈물하자 이 대통령이 얼굴을 붉히며 “정확히 알고 말하라”고 크게 면박을 줬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자기위장, 짝퉁 변신 불과

친이계의 대부 격인 이재오 전 의원이 은둔 생활을 접고 등장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 전 의원이 전면에 나서면 호시탐탐 충북지사를 노리고 있는 한대수 전 청주시장이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2007년 대선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신방웅 한국시설공단이사장도 지사 선거 도전을 염두에 두고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유아독존’을 은근히 즐겼던 정 지사에게는 버거운 상대가 될 수 있다.

정 지사는 민선 4기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둔 2005년 11월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3선이 확실했던 이원종 지사에게 “앞으로 충북이나 중앙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면서 후진을 양성해야 한다”, “당원들의 생각과 중앙 당의 입장이 반영돼 지사 후보는 전략 공천으로 결정될 것 같다”, “후배를 위해 양보할 것으로 믿는다” 등의 비수를 날렸다. 할 만큼 했으니 그만 욕심을 거두라는 뜻이었다.

이 전 지사가 대학 후배인 정 지사의 무차별한 공격에 크게 상심했다는 후문이다.

한 전 시장이나 신 이사장이 정치 이력 면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정 지사에게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정 지사가 이런 자신의 과거사를 알고 일찌감치 자기위장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 같은 데 짝퉁을 가려낼 수 있는 눈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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