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형기 교수(충북대)가 운영하는 ‘공무원 글방 향부숙’ 개관 기념식에서 엄태영 제천시장의‘단독 공연’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피아노 연주자 임동창씨가 ‘풍류와 멋’공연도중 객석에 있던 엄 시장을 무대로 불러낸 것이다. 엄 시장은 임 씨의 호출에 엉겁결에 불려나갔지만 그는 주눅드는 기색이 없었다. 그의 달변과 노래를 들으면서 그래서 단체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엄 시장은 마치 준비한 듯이 피아노 위에 한 손을 얹고 절제된 제스처까지 써가면서 제천의 찬가를 멋지게 부르는 것이 아닌가. 이 찬가는 다름 아닌‘울고 넘는 박달재’다.

제천을 알릴 수 있는 노래라는 점에서 그의 단골 노래로 무기화 한 것은 적절했다. 단체장은 어느 지역에서든 멍석이 펼쳐지면‘연예인 끼’를 유감 없이 보여줄 정도로 준비된 사람이어야 하는데 이는 엄 시장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지역 여론 무시한 대가 혹독

그런데 엄 시장의 시정 운영은 친숙한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보단 매끄럽지 못했다. 최근 BTL 사업 위탁과 관련, 그의 리더십에 큰 흠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시의 위탁방침에 지역건설업체의 강력한 반발에 이어 제천시의회의가 반대 성명을 내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됐다.

이 문제는 전문성과 인원부족 등을 이유로 유야 무야 넘어가는 듯했지만 박성하 제천시의회 부의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하면서 사태는 꼬이기 시작했다. 이런 반대기류에도 엄 시장은 “위탁방침을 철회하지 않겠다”며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다 결국 철회를 선언했다.

물론 이번 사태를 두고 엄 시장이 여론 압력에 굴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적절치 않다.

그러나 그의 입장에선 거액의 위탁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반대여론에 발목이 잡힌 것은 틀림없다.

우리는 이 사업이 위탁할 경우와 그 반대인 경우에 지역발전에 어떤 것이 더 많은 이익이 되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엄 시장이 지역건설업체와 시의회의 반대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위탁사업을 추진한 것은 틀림없다.

엄 시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충분한 검토 끝에 위탁결정을 내렸다고 항변하겠지만, 문제는 내년 선거를 1년 앞둔 상황에서 엄 시장이 대규모 사업을 특정업체에 밀어준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인데도 이런 무리수를 뒀는지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엄 시장이 위탁업체를 선정해 놓고 직원들에게 꿰 맞추도록 한 것인지 일련의 과정에 대한 의혹을 밝혀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재선의 엄 시장이 벌써 단체장의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자신이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반대편은 깎아 내리거나 상대하지 않고 홀대하는 것이 아닌지…. 단체장을 오래하다 보면 초심을 잃기 마련이다.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판단력도 흐려진다. 더구나 참모들은 ‘예스맨(Yes man)’이 되기 십상이다. 단체장들은 그래서 여론을 귀담아 듣지 않고 독선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엄 시장의 이번 위탁 사업 강행도 이런 상황에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엄 시장의 리더십은 이번 사태로 흔들리고 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시가 추진하는 사업이 타당하지 못할 경우 과감히 사과하고 후퇴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사태는 시정 추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단적인 사례가 됐다. 그렇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

비판 무서워 뒤로 숨는 건 비겁

어쨌든 이번 사태는 향후 논란이 될 소지가 크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확대, 재생산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잘 못된 시정에 대한 반대의사표시를 매번 이런 식으로 해결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엄 시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시민들에게 사태의 전말을 밝히고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시와 관련한 주요 발표 현장에 엄 시장은 보이지 않았다. 부시장이 총대를 멘 것은 보기 흉하다.

엄 시장이 껄끄러운 부분에 대해서는 앞에 나서지 못하고 뒤에 숨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엄 시장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왜 떳떳치 못하게 부시장을 앞세우나. 시정의 최고 책임자는 엄 시장이다. 뒤로 숨지 말고 당당히 맞서 반론을 펴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 역시 유감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직원의 오판인지, 아니면 엄 시장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탓인지 책임소재를 가려 그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시민을 위한 일인지 엄 시장은 더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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