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2박 3일 동안 우리 학교 5학년 어린이들이 충주시 청소년수련원에 수련 활동을 다녀왔다. 첫째 날 오후 1시 입소식 때 국민의례를 하는데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자의 시작 멘트가 나오자 어린이들이 체육관이 떠나가라 우렁찬 목소리로 애국가를 부른 것이다. 그것도 사관학교 생도들처럼 올곧은 차려 자세로 말이다.

학교에선 모기의 그것만한 목소리로 부르거나 아예 발장난을 하던 아이들이었는데 입소식을 하기 전에 교관들로부터 20분 정도 받은 정신교육의 효과가 극대화 된 것이다. 이유인즉슨 2박 3일 동안 정신 차리지 않고 흐지부지하면 수련 활동의 강도를 높인다는 교관들의 말에 바짝 긴장한 것이다. 짜여진 일정을 잘 지내기 위해 모두가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쳐 자제하고 절제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교육이념과 현실 속 아이들 달라

우리 교육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제하고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절제심이나 자제력을 중요시하며 교육시켜 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학부모들이 너무 자식을 사랑한 나머지 과잉보호하다 보니 아이들이 건드리기만 하면 소리 지르고, 울고, 싸우고,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자제(Self-Discipline)란 자기 통제, 자기 절제를 의미한다. 이는 그때 그때의 생각이나 감정에 따라 나부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주체적으로 조절한다는 뜻이며 이 같은 주체적인 자기 조절을 통해서 절제(Moderation)도 가능하게 된다. 자제는 분명 당장에는 즐거운 일이 아니며 때로는 고통스러운 것이긴 하나 결국 자제심으로 훈련된 사람은 평화롭고 올바른, 그래서 최대로 자기 실현을 할 수 있어 인생에서 수확을 거두게 된다.

절제는 생활에 있어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공부를 적절하게 하는 건 물론 노는 것, 일하는 것, 쉬는 것도 적절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절제란 지나치기 전에 멈추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자제함으로써 지나치지 않음을 말한다.

모자라는 것도 지나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절제가 아니다. 그래서 절제는 과유불급이 없는 중용의 덕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 말이 많으면 산만해 보이고 말이 지나치게 적으면 진정한 뜻을 무시당하게 된다. 절제는 욕망의 바다에 표류하지 않게 우리를 지켜주는 소중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자제할 경우에는 우리 스스로 행동을 통제하는 까닭에 남의 간섭을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그런 까닭에 자제는 우리에게 자유를 가져다 준다고 할 수 있다. 자제심이 결여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상처를 받게 되며 이는 결국 자신에게도 이로울 수가 없다. 자제심을 갖고 행동할 경우 아무도 그 사람을 감시하거나 통제할 필요가 없어진다. 왜냐하면 스스로 감시하고 통제하기 때문에 남들의 간섭을 기다릴 필요 없이 하고자 하는 바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서다.

절제가 없으면 사람들은 극단에서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너무 많이 요구해 낭비하게 되든 가, 필요할 때도 쓰지 못하는 인색으로 나아가게 된다. 쾌락을 절제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엄청난 고통에 이를 수도 있다. 이 같은 고통을 피함으로써 가장 적절히 즐거운 인생을 향유하게 하는 지혜가 바로 절제라 할 수 있다. 절제가 없으면 적절한 게 무엇인지는 물론 과도한 게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다. 어디엔가 집착해 분수를 지나치게 된다.

그런데 수련활동 이틀째 되는 날 점심 식사 후 아이들이 매점 앞에 천리장성처럼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이튿날에는 매점이 휴업이라 내일 먹을 간식까지 미리 사재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너도나도 한 아름씩 과자랑 음료수를 끌어안고 숙소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님이 주신 용돈을 아껴야 한다는 자제력을 수련활동에 와서 이행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그 날 저녁 아이들이 촛불의식 때 촛불을 움켜쥐고 교관의 시나리오에 눈물을 철철 흘리는 것을 봤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부모님에 대한, 선생님과 친구들에 대한 그간의 자기 반성으로 감동의 도가니가 된 것이다.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그리고 수료식 때 허리를 구부려 배꼽 인사를 하는 등 달라진 아이들의 변한 태도를 보며 살포시 미소가 지어졌다.

교사·부모가 평상시 보여줘야

절제는 인생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균형 감각이며 우리 자신에게도 이롭고 타인에게도 이롭다 할 수 있다. 이 경우 교사, 부모, 어른들의 모범 이상으로 좋은 교육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도는 없다. 평상시 모든 행동에서 자제와 절제의 실상을 보여야 한다.

가정에서, 식당에서, 길거리에서, 공공시설에서, 문화공간에서 모든 공간과 가족끼리, 이웃끼리, 각종 사회단체끼리, 모든 사회인끼리 행해야 한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애써 절제하고 자제하면 아낌없이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일을 잊지 말자. 이것이 자제와 절제 교육에 최상의 방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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