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민주당의 지지도가 한나라당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한나라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같은 역전 현상은 5년만이란다. 민주당이 희색이다. 여론분석기관은 노 전 대통령 서거 효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그간 노 전 대통령 살아 생전에 그에게 한 행태를 아는 사람이면 참 기가 찰 노릇일 것이다.

민주당 반성, 정치적 계산 깔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상주 역할을 자처했다. “우리는 죄인입니다”라는 말도 했다. 한때 노 전 대통령을 떨쳐내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민주당이 이렇게 갑자기 변신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문 정국’이 당에 도움이 된다는, 철저한 정치적 계산을 했다고 보면 된다. 정치인을 놓고 의리를 논하는 자체가 부적절하다. 그들은 그들 중심의 세계를 갖고 있다. 그 세계를 구성하는 인자는 이해득실이다. 손해가 되면 안면몰수하고, 득이 되면 시장 한 복판에서 땅을 짚고 넙죽 큰절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에 많은 국민이 화들짝 놀랐다. 빈소가 차려진 봉하마을은 조문객으로 문전성시였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분향소까지 마련했다. 언론은 연일 조문객 수를 보도하는 등으로 관심을 유도했고, 국민의 눈과 귀는 오로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쏠렸다.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애처롭게 여기자 서로 뒤질세라 고인의 인간미를 다룬 기사를 쏟아냈다. 노 전 대통령을 국가 발전의 거악으로 조롱했던 조선, 중앙, 동아까지 미화에 합류했다. 국민들은 뒤늦게 노 전 대통령의 진가를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배경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나왔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살살 흘려 파렴치범으로 몬 검찰, 이를 사실인 양 정치적으로 활용한 한나라당, 국가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최고 통수권자 이명박 대통령에게 의혹의 눈길이 쏠렸다. 이들이야 억울해 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많은 국민은 이들을 자살 배후로 지목했고 이들에 대한 반감은 노 전 대통령이 과거 몸을 담았던 민주당의 지지로 이어졌다. 민주당이 반사 효과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2007년으로 되돌아 가보자.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에게 당을 떠나라고 등을 밀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인기는 바닥을 치고 있었는데 객관적으로 볼 때 민주당의 입장에선 대선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뻔한 상황이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통일부장관에 임명했던 정동영 의원 등 일부는 아주 대놓고 노 전 대통령에게 욕을 퍼부었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할 때는 엄정히 수사하라며 거들기도 했다. 한 의원은 4·29 재보선을 앞두고 “노무현 색깔 빼기 없이는 희망이 없다”고까지 했다. 민주당에게 노 전 대통령은 그저 도움이 되지 않는, 멀리하고 싶은 인물이었을 뿐이다.
민주당의 뒤늦은 후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게 생각을 하려고 해도 기회주의 처신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을 결심하게 된 데는 우군으로 여겼던 민주당의 배신도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도덕성이 최고 무기였던 노 전 대통령이 파렴치범으로 몰릴 때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다. 그래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 이들의 뒤늦은 사죄가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은 당연하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은 인터넷에 “임을 아프게 했던 정치인이 상주 자리를 지키고, 임을 재앙이라 저주했던 언론인이 임의 부활을 축원하니 나는 행복하다”는 글로 비꼬았다.

때늦은 후회 눈물… 악어의 눈물?

중국 송(宋)나라 때 유학자 주자 선생이,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하기 쉬운 후회 10가지(朱子十悔)를 정리한 게 있는데 첫째가 불효(不孝父母死後悔)이고 두 번째가 가까이 있을 때 잘해야지 멀어진 뒤에는 소용이 없다는 불친(不親家族疏後悔)이다. 지금과 같은 민주당의 때늦은 후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이러니컬하게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앞으로 고인을 내친 민주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장 1주기가 내년 지방선거 직전이고 3주기는 2012년 총선과 그 해 치러지는 대선과 맞물려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이런 것까지 염두에 두고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는 말이 있다. 고인이 이 정도로 마지막까지 자기를 경멸했던 민주당을 사랑했다는 것이다.

여하튼 노 전 대통령만을 놓고 볼 때 민주당이 죄인인 것은 맞다. 빈소·분향소·영결식에서 흘린 눈물이 진정인지, 아니면 ‘악어의 눈물’인지는 민주당 자신들만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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