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은 것에 집착하면 소인배 취급을 당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장사를 해도 간판부터 큼직해야 하고 바닥 면적도 널찍해야 직성이 풀린다. 자녀들의 결혼식도 특급 호텔이 아니면 안 되고 한 끼 식사 값이 몇 만원은 넘어야 체면치레를 했다고 말한다.

‘작지만 강력한 디테일의 힘’을 쓴 중국 왕중추씨(汪中求·베이징대 디테일연구소장)는 “사람들이 큰 일에만 매달리는 데 천리 둑도 개미 구멍에 무너진다”고 했다. 그는 21세기는 디테일(detail)의 시대로, 위대한 전략도 세세한 디테일에서 시작되며 위기일 수록 디테일로 무장하라고 강조한다. 즉, 기회는 디테일 속에 있고 모든 일은 디테일이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큰 것만 좇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처럼 사상 유례 없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디테일의 힘은 더욱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부족한 1%를 채우고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작은 전기를 발견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디테일의 힘이라는 것이다.

작은 행동 하나가 세계 최초 우주인

위기 때 필요한 것은 웅대한 지략을 품은 전략가가 아니라, 바로 꼼꼼한 관리자다. 규정과 원칙이 철저히 준수되는 실천의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위기 때 기본으로 돌아가는 말과 같다.

왕씨의 디테일의 힘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100-1=99가 아니라 0’이라고 했다. 공들여 쌓은 탑도 벽돌 한 장이 부족해 무너지고, 1%의 실수가 100%의 실패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디테일을 무시했다간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 품질관리 전문가 필립 크로스비도 “직원들의 행위 하나 하나가 모여져 돌아가는 기업에서 정상 궤도를 벗어난 행위가 1%나 2%만 돼도 기업은 지탱하지 못하고 곧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는 곧 디테일의 힘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왕씨가 소개한 사례 중 디테일의 실패·성공 사례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의 한 제약회사가 생산 규모를 확충하기 위해 외자 도입 계획을 세우고 독일 유명 제약사인 바이엘의 대표단을 공장으로 초청했다. 그런데 공장장이 무심코 바닥에 침을 뱉었다. 대표단은 견학을 즉시 중단하고 제휴 계획을 철회했다.

그 이유는 제약사의 특성 상 공장이 위생적이어야 하는데 공장장이 함부로 침을 뱉는 것을 보니 근로자들의 수준은 보나마나일 것이고, 이렇게 비위생적인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믿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결국 이 제약사는 작은 실수 하나로 인해 대규모 외자 유치에 실패하고 말았다.

1961년 4월 옛 소련의 우주 비행사 가가린은 보스토크 1호를 타고 89분 동안 우주를 비행했는데 그의 우주인 선발 사례가 이채롭다. 아주 작은 부분 하나가 그를 세계 최초 우주 비행사가 되게 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주 비행사 최종 선발 1주일 전에 20명의 지원자와 함께 비행선을 탔는데 가가린만 신발을 벗은 채 우주선에 올랐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의 별것 아닌 듯 싶은 아주 작은 행동 하나가 우주선을 아끼고 보호할 줄 아는 자질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게 됐고 결국 세계 최초 우주인에 선발된 것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백화점에서 작은 친절 하나가 큰 선물이 된 경우도 있다.

어느 날 한 노부인이 비를 피하기 위해 백화점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 노인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이 때 한 점원이 물건을 사지 않고 비를 피하는 이 노부인이 불편해 보였던지 그에게 “문 앞에 의자를 갔다놓았으니 편히 쉬라”고 권유했다. 그 백화점 직원 뿐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친절을 베푼 게 전부였다.

몇 개월 뒤 그 노부인이 이 백화점에 거액의 물품을 주문했다. 그는 알고 보니‘철강왕 카네기’의 모친이었다.

한국전쟁 양상 바꿀 보고서 내던져

6·25 전쟁의 물줄기가 바뀔 뻔한 사건도 있었다.

미국의 유명 컨설팅회사인 랜드연구소는 6·25가 발발한 뒤 중국의 태도를 예측하기 위해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입, 연구한 결과 ‘중국이 한국전에 참전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 보고서를 500만달러에 구입한 대중정책연구소가 “터무니 없는 주장이며 사기를 치고 있다”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것이다. 한국전이 끝난 뒤 맥아더 원수는 “우리의 가장 큰 실수는 수백억 달러의 비용과 수십만명에 달하는 미군의 생명을 희생시키면서도 전투기 한 대 가격인 보고서를 사는 일에 너무 인색했던 것”이라고 개탄했다.

종전 후 미국 정부는 200만 달러를 주고 그 보고서를 사들였지만 조금만 일찍 이 보고서를 구입했다면 전쟁의 양상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뼈 아픈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전쟁이든 사업이든 정치판이든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 많은 디테일 문제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사소한 하나가 빠지면 전부 무너진다’는 왕중추의 말이 지금처럼 귀에 와 닿는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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