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 충북과 경북의 때 아닌 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이 내건 주요 공약 중 하나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경제성과 효율성 부족, 환경 파괴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야당과 시민단체, 국민들의 반대에 발목이 잡혀 취임 2년 차인 현재까지 수면 아래 잠겨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통령은 최근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잠시 제켜 두고 지난 해 말부터 한강과 낙동강, 금강과 영산강 등 국내 주요 4대강 정비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4대강, 대운하와 차이 있어

이 대통령과 정부 당국이 밝힌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여러 측면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표면적으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내용에서 차별화를 부각시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결코 한반도 대운하 사업 추진을 위한 사전 정비 작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사업 내용도 대운하 사업은 수로 구축과 유량 확보, 운항시설 건설이 핵심인데 반해 4대강 살리기는 홍수 방어와 환경 개선, 친수 공간 조성으로 확연하게 다르다. 특히 대운하 건설을 위해서는 최소 6m 이상 수심을 확보해야 하고 운항 수위 확보를 위해 대형 보 및 갑문이 설치돼야 하지만 이번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 범람을 막기 위해 퇴적 구간(4m 이내) 정비와 보 및 터널 등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설명대로 이번 4대강 살리기는 말 그대로 국민 삶의 질과 국토의 품격을 높이고 4대강 유역에 자리잡은 지역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녹색 뉴딜 사업이 될 것인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과연 이명박 정권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4대강 살리기의 핵심인 한강 살리기 사업 중 남한강 상류에 자리잡은 충북 충주지역은 이미 선도지구로 선정돼 지난 2월 한승수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생태하천 조성 사업 착공식을 갖고 본격 사업 추진에 들어갔다.

이미 충주지역은 1단계로 200억원이 투입돼 2011년까지 생태하천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이 달 말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 플랜이 확정된 뒤 올 하반기에 2단계 사업으로 2천200억원을 투입해 다양한 주민 이용 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다.

특히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반가운 것은 김호복 충주시장이 청와대 중간보고회 초청을 받아 참석한 자리에서 충주지역 관련 3대 분야 22개 사업 반영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19개 사업에 1조900억원 규모의 연계 사업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호사다마라고 할까.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남한강 홍수 예방과 낙동강 물 부족 문제를 전제로 충주댐∼문경 경천댐을 도수로로 연결하는 방안을 설명한 것이다. 충주댐과 문경 경천댐 31㎞ 구간을 지름 3m 넓이의 도수로로 연결해 연간 4억t 정도의 충주댐 물을 문경 경천댐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게다가 충주댐의 평균 수위가 127m에 그치는데도 평상시 수위가 140m에 달한다는 허위·과장 보고까지 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자신의 이 같은 언급이 몰고 올 파장을 깊게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충북도와 충주시, 정치권은 물론 충북도민과 양질의 상수원을 공급 받는 수도권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판단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김 지사가 이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가뜩이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위한 준비 단계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에 반대 목소리를 더 키우는 빌미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가 이번 4대강 살리기 사업 내용에 보 및 터널 등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는다고 못 박고 나선 상황에서 김 지사의 언급은 매우 부적절했으며 혹여 사전 조율된 시나리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현재 부산과 대구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운하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고 정치권 일각에서의 반대 목소리가 여전한 상태여서 혹여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은 더 크다.

경북도 도수 주장에 다시 쐐기를

다행히도 국토해양부가 최근 “경북도의 건의 내용은 여러 측면에서 비현실적”이라며 “국토부와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서둘러 답변함으로써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아니냐는 소모적 논쟁을 불식시키고 정부의 의지를 표명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는 시점에 김 지사의 충주댐∼문경 경천댐을 도수로로 연결하는 방안 건의가 자칫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마저 위축시키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때마침 국토해양부의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가 개최하는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안) 지역 설명회가 12일 청주에서 열린다. 정부는 이 날 설명회에서 4대강 살리기 대형 국책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과 함께 충주호 물을 낙동강 유역으로 도수하는 방안을 제시한 경북도의 주장에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쐐기를 박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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