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오개 용수개발 사업은 메마른 충주천과 교현천에 사시사철 충주댐의 맑은 물이 넘쳐 흘러 송사리를 비롯한 수많은 고기떼가 몰려다니고 자연 수생식물이 자라는 풍요로운 하천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다.”

이는 충주시가 2002년 4월 발행한 월간예성 ‘물의 도시 충주, 한국의 베네치아’라는 제하의 기사 내용이다.

“빚 얻어 천변 도로를 건설한 것이 무슨 자랑인가. 충주천 하류엔 자연형 하천 만든다고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334억원을 낭비해 복개한 것을 반성할 줄도 모르는가. 더 이상 충주를 망치지 마라. 당신들은 청계천을 보고 무얼 느끼는가. 사업비를 충주시에 반환하라.”

이는 당시 충주시가 수백억원을 들여 충추천을 복개하겠다는 사업 계획에 반대하는 환경운동연합의 성명서 내용이다.

청계천, 지자체 ‘복개’ 중단시켜

자치단체의 ‘복개 이벤트’를 보기 좋게 중단시킨 것이 이명박 대통령(전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 사업이다.

이 대통령이 추진한 청계천 복원 사업이 “인공적인 수량 확보 방식에 의한 에너지 낭비다.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짓밟았다. 또 하나의 인공 구조물”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는 한국 하천 정책에 일대 전환을 가져온 사건임은 분명하다.

1994년 가수 이선희가 서울시의원을 할 때 “서울시는 청계천을 원상복구 해야 한다. 후손들에게 도심 시냇가에서 뛰어 노는 추억을 물려주는 일이 몇 개의 지하철을 만들고 고가도로를 놓는 일보다 더 소중하다”라는 시정 질의가 청계천 복원의 씨앗이 됐다고 믿는다.

충주시는 1991년 ‘현대교∼지현교’의 충주천을 복개하는 도시계획시설(주차장) 결정을 했고 충주시의회 51회 임시회에서 찬성 11, 반대 3, 기권 2로 이 사업이 통과됐다.

한심한 일은 하상 주차장 설치인지 복개 주차장 건설인지도 모르고 찬성한 의원도 있었다는 것. 당시 그 권한을 갖고 있던 충북도는 1991년 9월 12일 “하천 복개를 지양하고 주차정비계획 등의 미 확정 등을 사유로 위 구간의 복개를 유보할 것”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30일 자로 도시계획시설결정이 시장·군수에게 위임됨에 따라 이 결정이 구속력을 잃어 충주시가 복개를 강행할 수 있었다.

1차 복개는 ‘현대교∼문화교’ 135m로 1991년 11월 착공, 1992년 연말 완공해 147대 주차가 가능하게 됐다.

2차 복개는 ‘문화교∼빙현교’ 170m에 이뤄졌으며 이후 교현천과 연수실개천, 충주천변 도로로 이어져 충주시는 지난 15년 간 도심 하천을 알뜰히 복개하는 대역사(?)를 이뤘다.

청계천 복원 시기에 충주는 천변도로 공사를 강행한 것이다. 당시 안림동 아파트 주민들이 복개를 반대해 현재 천변도로 동쪽 진입로는 기형이 됐다. 주민들의 현명한 선택은 아파트 값을 높이는데도 일조했다.

충주의 모든 재래시장은 도심 하천변에 있다. 아케이드와 주차장 설치, 재래시장 상품권 발행 등 노력을 해도 대형 마트로 향하는 발걸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 대형 마트에 없는 개울이 재래시장엔 있다. 하수구가 된 도심 하천, 점포로 둘러싸인 충주천을 시민에게 돌려주면 시민들은 재래시장에 갈 것이다.

충주시가 ‘충주천오염하천정화사업’을 추진할 때 이런 주장을 했으나 시 책임자는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그 사이 수백억원의 혈세가 날아갔다.

도심 하천 복개의 가장 큰 근거는 ‘도심 주차난 해소’다. 그런데 도심 주차는 도심 주차장으로 더욱 심각해 졌다. 건축 밀도가 높은 곳의 자동차 편의 시설은 오히려 자동차 유입 효과를 낳아 악순환을 일으키는 것이 증명됐으며 이로 인한 공기 오염과 열섬 효과, 하천 생태 파괴, 악취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

충주천 복원 시민위원회 구성해야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청계천+20’의 방향도 하천의 역사와 문화, 생태 복원, 상권과의 연계다. 이와 관련해 충주시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충주천 복원 사업비를 국·도비로 확보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를 추진함에 있어 시민 참여를 어떻게 끌어낼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주천 복원을 위한 시민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삿포로시의 ‘오도리 공원’은 공원 부지를 조금씩 민간단체와 기업에 주고 조경을 했다. 마쯔모토시는 도심 하천 중 역사문화의 흔적이 있던 곳을 되살리면서 소금배, 빨래, 쥐불놀이 장면이 담긴 흑백 사진을 게재하고 있다.

시민 참여는 콘크리트를 없애고 보기 좋은 하천으로 만드는 데 머물지 않고 하천에 생명과 역사를 불어넣을 것이다.

충주천이 생태·문화적으로 부활하면 재래시장이 살고, 재래시장이 살면 지역이 산다.

‘충주천을 시민에게, 시민은 재래시장으로’ 이것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 희망찬 충주의 미래는 우리 모두의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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