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번열(手足煩熱)은 손바닥 발바닥이 달아오르는 증상이다. 심한 경우는 손발에서 열이 나 겨울철에도 손발을 내놓고 자야 한다든가, 손바닥 발바닥이 뜨거워 찬물에 손발을 담그거나 얼음을 대고 있어야 한다.

수족번열은 다른 말로 오심번열(五心煩熱)이라고도 한다. 오심(五心)은 양쪽 손바닥(手掌心) 발바닥(足掌心)과 심장이 있는 가슴을 합해 이르는 말이다. 수족번열이 있는 사람은 손과 발뿐만 아니라 가슴도 답답하고 화끈거린다. 실제로는 체온이 높거나 손발에만 국소적으로 열이 많은 것은 아니며 본인만이 느끼는 자각 증상이다.

이러한 일련의 증후들은 다혈질인 사람, 갱년기 여성, 갑상선기능이상, 중병을 앓은 후, 분만 후 허약한 상태 등에 흔히 나타나는데 한의학적으로는 일정한 임상적 특징이 있다.

가슴과 손·발바닥이 달아오르면서 온 몸이 나른하고 기력이 약하며 입맛이 떨어지고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땀이 나면 이것은 비열(脾熱)이 원인이다. 이때는 속에 쌓인 열을 풀어주면서 음(陰)을 보하여 줘야 하는데 주로 가미승양산화탕(加味升陽散火湯)등의 처방을 쓴다.

만약 뼛속이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기침이 나고 숨이 차며 피가래를 토 하고 식은 땀이 나는 것은, 특히 골증열(骨蒸熱)이라 하는데 신음(腎陰)이 부족해 허화(虛 火)가 상승한 때문이다. 이때는 음을 보하면서 허열(虛熱)을 내리는 방법으로 가미청골산(加味淸骨散)과 같은 처방을 응용한다.

얼굴색이 창백하고 어지러움증이 있으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맥이 약하면서 수족에 번열증이 있으면 간혈(肝血)이 부족한 때문인데 이런 때는 간혈을 보하는 가미보간탕(加味補肝湯)등의 처방을 쓴다. 성격이 조급해지고 입이 쓰며, 대변이 굳고 오줌색이 누렇게 되면 심화(心火)가 원인이다.

이런 경우는 가슴속에 쌓인 화(火)를 헤쳐 주는 방법으로 가미화울탕(加味火鬱湯)등의 처방을 쓴다.

어쨌든 수족번열은 손·발의 국소적인 병이 아니고 장기의 기능이상이 외부에 표현된 것으로 어떤 경우는 내분비기능의 이상일 수도 있고 자율신경의 불균형일 수도 있고 대사기능의 이상일 수도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런 것을 내장 즉 장부기능의 음양불화(陰陽不和)라고 말한다. 오래 지속되거나 심해지는 경우는 장부기능의 불균형이 심화돼 더욱 큰 질병을 초래하므로 더 심해지기 전에 전문 한의사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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