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스포츠는 즐겁다. 특히 일본과의 대결은 더욱 그렇다. 월드베이스클래식(WBC)과 ‘피겨요정’김연아가 출전한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는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특히 월드베이스클래식의 경우 비록 일본에 져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위대한 도전’을 외쳤던 김인식 감독은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지도자의 표상이 됐다.

여자 선수 사상 최초로 200점을 넘은 김연아 선수는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 등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일본 선수 2명을 누른 것에 더해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려 감동과 함께 숙연하게 했다. 이들은 모두 국민 영웅이 됐다.

그러나 이들보다 국민에게 더 감동을 줘야 할 정치는 어떤가.

박연차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서 또 어김없이 정치인들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 광우병을 보도했던 MBC PD가 검찰에 잡혀가고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YTN 기자는 구속됐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야기는 쑥 들어갔다. 지금 가장 주요뉴스는 당연히 추씨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현정부가 출범한지 겨우 1년이 막 지난 시점에 대통령 측근 비리가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언론도 앞다퉈 관련 기사를 쏟아내야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단신성으로 끝났다.

페어플레이 기본 정신 공통점

추씨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캠프 대운하추진본부 부본부장을 지내 ‘대운하 전도사’라는 별칭을 얻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을 맡았다.

이런 이력이 말해주듯 추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박연차리스트’에 정·관계 인물이 더 들어있다니 더 두고 볼일이지만 벌써부터 대통령 측근이 부정하게 돈을 챙긴 사실은 개인사로 치부하기엔 너무 색깔이 노랗다.

뜬금 없는 비교지만 정치와 스포츠는 뜯어볼수록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확연히 다르다. 일정한 룰에 따라 움직여야 하고 대중의 인기를 먹고산다는 게 대표적인 유사점이다. 룰은 페어플레이를 강요하는 일종의 압박수단인데 이를 어겼을 때 적발되는 과정과 그에 수반되는 책임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스포츠의 경우 경기를 치르는 당시 심판이 즉석에서 패널티를 주는 것도 모자라 나중에 재차 비디오 판독을 통해서 제재가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정 판단과 결과 도출이 신속하게 진행된다.

상벌위원회 개최 등 일정 절차가 있지만 시간 소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워낙 보는 눈이 많은 탓에 확실한 증거가 넘쳐 진행과정도 투명하다. 또 이들에게 인권보호장치는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그림의 떡일 뿐이다.

스포츠에서는 한순간의 실수로 몰염치하고 부도덕한 인물로 낙인찍혀 경계나 반면교사의 대상이 된다. 이는 대부분 잠시의 격분을 이기지 못한 돌발행동 때문에 이런 위험한 상황에 빠진다. 그렇지만 결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괜히 사리를 분명히 한답시고 시시비비하면 역효과만 불러올 뿐이다.

억울함을 가슴에 담은 채 가만히 있는 것도 여론에게 불경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를 해야 그나마 살 수 있는 실낱 희망이 있다.

이른바 ‘주먹감자’ 세리머니로 6경기 출장정지와 600만원의 벌금, 그리고 3경기 페어플레이 기수 징계를 받은 프로축구의 이천수 선수를 보자. 경기 출장정지와 벌금은 그렇다고 해도 페어플레이 기수 징벌은 그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치욕이다.

그간의 사정을 모르는 이는 얼마나 이천수 선수가 잘못했으면 저렇게 할까하고 단정할 것이다. 이천수 선수도 강하게 항변하지 않고 그저 과거 선후배들이 했던 것처럼 기자회견을 열어 눈물을 흘리며 사죄를 했다.

정치인 처벌이 더 강력해야

정치는 어떤가. 룰을 위반하는 방법이 은밀하고, 따라서 이를 밝혀 단죄하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특히 정치인들의 비리 노하우는 계속 발전해 어지간해서 수사당국 자력으로는 들춰내지 못한다.

혹여 다른 사건을 수사하다가 곁가지가 잡혀 들켰을 때 처음에는 딱 잡아떼다 증거를 들이대면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언론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는 엄포도 잊지 않는다.

수사당국은 이들의 인권을 철저히 보호한다. 국민들도 이제는 이들의 부정에 무척 너그러운 편이다. 지금껏 그랬는데 누구라고 별수가 있겠느냐는 투이다. 이들에게 시간은 약이니 그저 세월이 흐르기만 기다렸다가 슬며시 복귀한다.

처벌을 받아도 갖가지 특사로 풀려나 정치일선에 복귀한다. 정치나 스포츠 모두 페어플레이가 기본이지만 너무 다르지 않는가. 답답한 마음에 정치와 스포츠를 비교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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