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예술단 오선준 지휘자 선정에 논란이 일고 있다. 비판과 비난을 무릅쓰고 지휘자 선정에 의견을 밝히겠다. 문화예술계는 지난 6년간, 문화예술의 향기가 나는 충북을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문화선진도와 같은 특별한 의제와 담론이 완성되며 그를 토대로 실행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따라서 어렵게 성립시킨 문화선진도가 좌초(坐礁)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글을 쓴다. 필자 또한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이 의제에 노력을 기울인 바 있는데 그것은 거꾸로 말하면 책임이 있다는 뜻이어서 이번 문제에 침묵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필자는 오선준씨와는 개인적인 관계가 없고 또 오선준 지휘자를 비호하고자 하는 것도 아님을 밝혀둔다.    

소결론을 말하자면 문제의 소지가 없지 않으나 일단 인정하자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오선준씨 일단 인정하자”

그 이유는 첫째, 지역예술은 지역예술가가 책임지는 것이 좋다는 것과 둘째, 충북도립 챔버오케스트라는 오케스트라와 다른 대중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비판의 핵심은 정우택 지사의 색소폰 선생이라는 정실성이다. 하지만 반대의 논리 즉, 색소폰 선생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 역시 논리적 오류가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해 오선준 본인은 1차 공모에 응모하지 않았다. 모르기는 해도 뼈를 깎는 아픔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2차 공모에 응해 선정됐다. 이로부터 발생한 핵심 논점은 ‘지사의 의중을 간파하고 1차에서 의도적으로 적격자가 없다고 결정했고 2차에서 예정한 대로 오선준을 선정했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심사위원들의 책임이다. 각기 전문성을 가진 한국 최고 수준의 권위자들이 예술적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선정을 유보했다면, 예술계의 수치일 뿐 아니라 예술가로서도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지탄을 받을 사람들은 바로 심사위원들이다.

예전에 청주시향에서 저명한 지휘자 금난새씨를 초빙한 적이 있다. 상당한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물론 초빙된 객원이어서 그랬겠으나 상임지휘자라면 금난새씨는 청주시향의 지휘봉을 잡지도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충북인들의 예술향수권과 공공성 및 대중성을 일차 목표로 하는 도립챔버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지역의 예술환경을 잘 알고, 지역을 사랑하며, 지역에 봉사하겠다는 각오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지역예술가는 어딘지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염려는 충북인 자신들의 패배적인 사대주의일 뿐이다. 따라서 애정과 사랑을 갖고 함께 만들어 간다는 예술협치(art governance)의 개념에서 보자면 지역의 음악가가 선정되는 것이 좋다. 충북의 음악가들이 다른 지역의 음악가들보다 부족하지도 않겠지만, 설령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충북예술의 주인인 충북인들이 절장보단해 훌륭하게 만들면 좋지 않겠는가.

한편 불가리아 음악원 석사학위가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있다. 상당히 날카롭고 유의미한 지적이다. 이것을 심층취재한 기자정신은 언론이 밝고 건강하다는 징표로써 상찬을 받아서 마땅하다. 그런데 그 문제를 판별(判別)하는 것 역시, 음악계와 심사위원들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다. 논문을 쓰는 학문영역이라면 논문을 보고 일반적인 판정이 가능하겠지만 예술 학위의 경우에는 해당 전문가만이 알 수 있다는 특수성이 있다. 필자도 폴란드 바르샤바대학에서 강의하면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유럽의 학위제도나 재학기간은 한국과 전혀 다르다. 석사 과정이 따로 개설된 곳은 거의 없으며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면 독토르라고 하는 학위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고 예술가가 독토르를 받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문상욱 충북예총 회장 입장 밝혀야

오선준 지휘자가 받은 것은 일종의 디플로마(diploma)로서 일정 기간의 과정을 수료하면 수여하는 증명서다. 따라서 이 과정과 증명서가 석사학위에 해당한다고 보는지는 음악계가 판단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충북음악계 특히 충북예총에서 간접적으로 추천을 했다면 그 의견도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지역음악계에서 단일 후보를 낸 동기와 절차에는 이유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오선준 지휘자는 청주음악협회장을 지냈고, 충북예총의 중요한 인사이기도 하거니와 충북예총에서 묵시적으로 동의 및 추천한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문상욱 충북예총 회장도 이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도리다. 마지막으로 언론에서 거론되는 인사과정의 문제는 예술계에서 논의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일단 유보하기로 한다. 이런 아픔과 진통은 충북예술계가 건강하다는 증거이며 충북언론이 날카롭다는 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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