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안면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오래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으신 고모부(75세)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고모(72세)는 참석해 모처럼의 만남을 즐겁게 보냈다. 고모와 고모부는 두분이서만 생활하는 노인부부가구다. 그로인해 늘 고모는 고모부를 간병하느냐고 가족모임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그렇지만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 덕분에 이제는 가족모임에 참석하게 됐다. 고모를 대신해 요양보호사가 고모부를 수발해 주는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고모는 좋은 제도가 만들어져서 말년에 덕을 보고 있다며 웃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을 대상으로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제도로 2008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충북도의 경우 1만638명의 노인이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신청했다.

문제는 등급외 판정을 받은 노인들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중증의 수발욕구가 있는 노인에게만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경증의 수발욕구가 있는 노인을 배제함으로써 서비스 대상자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현재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의 범위는 서비스 수요에 비해 제한적이다. 또 사회보험의 특성상 전국민이 보험료를 내고 있지만 등급판정을 기준으로 전체노인의 4.5%만이 서비스를 받을 자격을 갖고 있어 서비스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노인과 가족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욕구의 보편성에 기초해 운영해야 하는 사회보험제도다. 보편적인 제도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중증노인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실시했지만, 서비스 대상자를 장기요양보호의 욕구를 가진 경증 노인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급여대상자의 확대가 보편주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는 장점을 가지지만 사회적 비용부담을 우려해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증 노인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이들이 중증화됨으로써 노인의 입장에서는 삶의 질이 저하되고, 가족의 입장에서는 수발에 대한 부담이 증가한다. 장기적으로는 중증의 장기요양보호 수급대상자가 증가함에 따라 사회적인 부담도 증가하게 된다. 일본은 2006년 개호보험제도를 개정하면서 경중 노인뿐만 아니라 일반 노인까지 포함해 장기요양예방시스템을 구축하였으며 이를 통해 장기요양보호의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증노인에 대한 서비스의 확대와 건강증진 등의 장기요양 예방급여의 신설은 건강수명 연장이나 재정의 건전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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