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막 넘었다. 새 정부의 모토는 실용이다. 가식이 넘치는 한국사회에서 실용은 매우 건설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이 규제 타파를 부르짖은 이 정부에 큰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실용은 원칙과 상식을 상실했다. 사회 통념상 이해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일이 이 정부에서 벌어졌다. 이젠 무엇이 사회정의이고 상식인지 전혀 분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섭기까지 하다.

현재 가장 경계해야 할 게 냉소주의다. 냉소주의는 책임을 방관하게 하고 결국은 이로 인해 우리사회가 만신창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게 누구 탓인가. 이 정부 출범 후 입각한 인물들 가운데 제대로 인사검증을 순조롭게 통과한 이가 적다. 대부분 논문 이중게재와 표절, 땅투기, 위장전입, 이중공제 등의 문제에 휘말렸다.

새 정부 출범 후 냉소주의 판쳐

그런데도 당사자들은 “그 때는 그게 문제가 될 줄 몰랐다”, “관행이었다”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고, 청와대는 “일을 하는 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추임새를 넣는다. 그리고 나서 임명을 강행한다. 그러니 이 정부에서 한자리 차지하려면 “최소한 땅투기 정도의 전력은 있어야 한다”는 자조가 나온다. 이게 나올법한 이야기란 말인가.

1월 설을 앞두고 재개발지구에서 경찰의 진압으로 다수의 철거민과 경찰 한명이 죽은 안타까운 일이 터졌다. 용산참사로 불리는 사건이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마당에 지금 또 원인 제공자를 놓고 지금 거론해봤자 뒷북이어서 제쳐놓는다. 정부 말대로 불법농성이나 집회는 공권력을 투입해 해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당시 경찰청장에 내정된 진압 책임자 서울경찰청장의 행태는 현정부의 도덕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경찰특공대 진입을 승인했느냐는 한 야당 국회의원의 질문에 그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가 사인이 있는 결재서류를 들이밀자 결국 시인했다. 과연 그가 질문의 뜻을 모르고 그런 말을 했을까. 일단 버텨보자는 심산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당당하게 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배경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청와대였음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와 관련된 더 우스운 일이 있다. 그는 진압상황을 무전을 통해 보고를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집무실에 무전기는 있었지만 틀지 않아 당시 상황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일선 경찰서장실을 한번이라도 들락거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코웃음을 칠 변명이다. 하지만 검찰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니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지만 어딘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진압계획서에 수십통의 시너까지 등장한 위험한 작전이 진행되고 있는 데 서울치안 총수가 사무실에서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순진한 국민만의 생각인가.

강호순의 연쇄살인으로 용산참사 파장을 잠재우려했던 청와대는 어떠한가. 청와대는 행정관의 개인행동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가당치 않다. 청와대의 지휘체계가 이렇게 개인행동을 용납할 정도로 허술하단 말인가. 처음에 홍보지침 메일을 발송한 사실이 없다고 잡아떼다가 언론을 통해 메일실체가 밝혀지자 직원 한 명을 희생양 삼아 거리를 두려했다. 어찌됐든 살인사건이 청와대의 국정 재료로 쓰였다는 점에서 참 모진 집단임에는 틀림이 없다.

위정자 정직해야 국가 바로서

제2롯데월드는 국가 존립에 가장 중요한 국방을 농락했다. 지금까지 10년이 넘도록 제2롯데월드 건설이 불허된 것은 국방의 중요성 때문인데 하루아침에 뒤집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국방장관의 도덕적 문제로까지 확대됐는데 이상희 장관이 국회에서 참여정부시절 제2롯데월드 신축문제를 추진하면서 활주로 각도변경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당시에 이 장관은 합참의장이었다. 정말 몰랐다면 우리 군은 따로국밥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군에서 가능할까.

위정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정직이다. 정직은 도덕성이다. 정직하지 않고 무책임한 사람들이 사회지도층이랍시고 나부대면 사회가 무너진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과연 사회정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나. 아니올시다이다. 계략과 모략 앞에 정직함과 정도가 무릎을 꿇은 지 오래다. 그래서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서민들은 “그래 너 잘났다”하고 읊조린다. “너만 잘났냐”는 당당함이 담긴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는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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