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모교인 청주고 교장에서 정년 퇴임한 지 어느덧 9년이 됐다.

40년 이상을 봉직한 교직에 대해 지금도 그 열정은 식지 않았다. 재작년에 칠순 기념 시집을 출판해 각 학교에 보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정말 빠르게 가고 있다. 지난 16일 교과부가 전국 초중고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 내용이 중앙지나 지방지 그리고 텔레비전 등의 매스컴에서 연일 크게 보도됐다.

지방지에 사진과 함께 보도된 이기용 충북도 교육감의 공개 사과 모습과 앞으로의 대책 등을 텔레비전과 신문을 통해 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는 중위권이라 어느 정도 위안은 되지만 초등·중학교는 전국 하위권이니 그럴만도 하다. 그동안 학력 정보 공개는 금기 사항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면서 우리 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그 파장이 매우 컸던 것이다.

교육감 고개숙여 심정 착잡

신문 지상에 발표된 결과를 분석해 보니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이 대부분의 과목에서 보통 학력 이상 학생수의 비율이 하위권을 맴돌았고, 기초 학력 미달 학생수 비율에서 초등학교는 중하위권, 중학교는 전국 평균과 같은 중위권을 기록하였다. 반면에 고등학교는 보통 학력 이상과 기초 학력 미달 부분 모두 중위권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결과 때문에 ‘학력 최하위’, ‘바닥권’ 등의 비판이 쏟아졌고, 이기용 교육감이 학력 부진에 따른 공개 사과까지 한 것으로 생각됐다.

교육계의 수장이 직접 사과한 내용에 대해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평가 결과에 대해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지 비난만 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이 수치는 서울시를 비롯한 광역시와 도를 동등하게 비교한 것으로 미약한 도세와 농촌 소재 소규모 학교가 많은 우리 충북의 교육 환경을 생각하면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은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기초 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초등학교가 타 시·도에 비해서 많다가 점차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줄어 들고 반대로 보통 학력 이상 학생 비율이 상급학교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교육환경이 낙후돼 처음 출발은 부족하지만 점차 노력한 결과 상승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는 충북 교육이 노력해 왔다는 흔적을 찾을 수 있고, 충북 교육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가져 보게 한다. 그 중에서도 청주시 초등 영어 과목은 상위권이고 특히 세광고등학교의 서울대 16명, 연고대 30여명씩 그리고 치의대에 근 40명이 합격해 전국 외국어고나 과학고를 제외한 인문계 고교에서 전국 1∼2위를 기록했으며, 서울대 총입학정원이 289명이나 감소했음에도 우리 도는 11명이 증가한 총 84명이 합격한 것은 비약적인 학력제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초등학교의 보통 학력 이상 비율과 기초학력 미달 비율, 그리고 중학교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중하위권을 보여준 것은 교육계가 겸허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충북도교육청이 중심이 돼 학력 향상을 위한 제반 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하고 도내 전체 학교와 선생님, 학부모, 학생들이 한 마음이 되어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선진국들인 미국, 영국, 일본 등이 평가 결과를 학교별로 공개해 학력 신장을 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의 이번 평가 결과 공개는 늦은 감이 있다.

지금까지 전국단위의 표집 학력평가만 있었고 학교별 공개를 하지 않았던 것에 비하여 이번의 전국 시·도 및 시·군·구별 공개는 우리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다. 앞으로 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학습 부진 학생 제로화를 위한 책무성 강화, 학습 부진 학생 클리닉을 통한 기초 학력 신장, 교원의 인사 제도 개선 및 인센티브 확대를 바탕으로 노력하면 도내 전체 학생들의 학력이 크게 신장되리라고 생각한다. 때마침 충북도교육청에서도 이러한 위기를 예상해 2011학년도 고교입시부터 내신과 연합고사를 병행하기로 결정했고 학교장 책무성 강화를 위해 학교 경영 평가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평가, 학력신장 기회 삼자

교육계도 이번 평가 결과를 기회로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고 미진한 점을 찾아 개선하며, 기본이 바로 선 충북 교육의 토대 위에서 우리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 세계적으로 학력 경쟁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인데, ‘인성 교육이다’ ‘줄세우기 교육이다’라고 해서 다른 의견도 있지만 필자의 견해는 이번 발표는 아주 잘한 일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학력 신장을 위해 교육감이 발표한 9가지 사항을 착실히 실행하여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문제는 발표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늘 있었던 시책이니 하면서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끝으로 질책보다는 따뜻한 격려와 든든한 뒷받침을 당부드린다. 잘 하려고 하는 사람을 몰아세우지만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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