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문과 방송을 통해 충북 옥천에서 재선충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정부의 엄청난 예산과 인력 투입에도 결국 인간의 무력함을 드러내고 말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북 상주에서 재선충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급기야 충북의 저지선을 뚫고 옥천군에 침입했다고 하니 천년의 고찰 속리산 국립공원의 소나무가 걱정된다.

소나무는 한국을 대표한다. 소나무는 전체 임야의 30%를 차지하고 있고 무병장수를 상징하고 드높은 기상과 절개로 우리민족의 한과 정서가 서려있는 나무다. 이런 소나무는 지난 1세기동안 갖은 수난과 고난으로 그 숫자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대형 산불과 기후의 영향 등으로 돌리지만 실제로 분석해보면 그 원인이 산림병충해 피해로 볼 수 있다.

잘 가꿔진 소나무 숲 위협

우리나라 3대 해충은 솔잎혹파리와 솔 껍질 깍지벌레 소나무 재선충이다. 이 병해충들은 외국에서 들어온 해충으로 토착수종인 소나무에 발생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솔잎혹파리와 솔 껍질 깍지벌레의 극성기는 1980년대를 전후 10년까지 기승을 부려 그 피해만도 전국적으로 1만 1천 정보의 소나무 숲을 초토화시켰다. 그 피해를 따진다면 산불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러나 지속적인 인위적 방제와 생태계를 유지시켜주는 천적의 증식이 높아지면서 두 가지의 해충은 생태계 안에서 상호 공존관계로 균형을 잡아가면서 회복단계에 있다는 분석으로 판명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국립공원을 보유하고 있는 충북도를 바짝 긴장케 하는 것은 소나무 재선충이다. 소나무를 무참히 고사시키는 재선충은 방제당국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안동에서 110km를 넘는 거리를 뛰어 넘어 강원도 강릉은 물론 바다를 건너 제주도까지 나타나는 등 신출귀몰하고 있다.

그러나 한참 기승을 부렸던 재선충이 지난해에는 줄었지만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나라 전 지역이 위험지대가 된 것이다. 일본은 1905년 나가사키에 발생했지만 당국의 방관으로 소나무 좀 벌레로 취급되다가 67년 만에 재선충으로 밝혀졌다. 이미 때는 늦어 훗가이도를 제외한 일본 전 지역이 소나무가 전멸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1988년 부산 금정사에서 발견된 후 17년 간 경남·북 일원에 머물며 이곳 저곳에 나타나 군상적 피해를 입히면서 북상하고 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2000∼2008년까지 11개도 57개 시·군·구에 3만9천279정보에 250만 본의 소나무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재선충란 무엇인가.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 하늘소는 몸에 비해 날개가 적고, 크기는 1mm 내외로 200개 이상은 날수가 없고 태풍과 바람에 실려 3km까지 비상할 수가 있다. 그 모양은 실같은 머리카락 모양의 애벌레가 소나무 조직에 기생, 수분의 이동통로를 막고 한 쌍이 20만 마리로 늘어나 곰팡이 등을 먹으면서 줄기와 가지 뿌리 속을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치명상을 입히며 잎이 우산살 모양으로 쳐지면서 소나무가 말라죽는 병이다. 한번 걸리면 1년 안에 고사돼 소나무 암 또는 에이즈라고도 불린다.

솔수염 하늘소는 재선충으로 고사한 소나무에 산란해 애벌레 기간을 보내는데, 이 시기에 벌채한 소나무에 대해 훈증처리를 하거나 태워 없애면 확산시킬 매개충이 없어진다. 새로 나온 백신과 항공방제도 효과가 크다.

그러나 광활한 산림에서 이뤄지는 작업이기 때문에 방제에 어려움이 크다. 서쪽으로는 옥천 동쪽으로는 상주, 이곳에서 압축해오는 재선충이 속리산 국립공원을 공격해오고 있다.

정부 당국에서는 속리산 국립공원의 재선충의 확산 저지를 위한 로드맵이 시급하다. 저지 방어선의 구축과 세밀한 예찰로 경계를 늦출 수가 없다. 또한 발효된 특별법을 가동해 감염의 이동통로가 되는 목재·연료·건축자재 등을 엄격히 검문·검색,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이동차단은 물론 저지 확산에 필요한 모든 예산을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

재선충은 62%가 사람에 의해 옮겨지고 피해를 입은 목재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감염된다는 점을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당국의 강력한 방제의지 없이는 속리산 국립공원을 사수하기란 어렵다. 소나무 솔숲이 없는 속리산 국립공원은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속리산 소나무 보존특구 지정을

속리산국립공원은 꼭 사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전국의 국립공원 중에서 이곳만큼 빼어나고 아름다운 솔숲이 보존된 곳이 없어서다. 속리산 국립공원은 1980년에 발생한 솔잎혹파리 피해 당시 목숨 걸고 방제한 보은군 산림당국의 솔잎혹파리 성공임지로 어느 하나 손색이 없는 원시림이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호하기 위해서는 속리산 소나무 숲을 보호림으로 지정해 보존 특구로 관리하는 정부당국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 먼 훗날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다. 이제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모두가 힘을 모아 충북의 얼굴인 속리산 국립공원의 재선충 침입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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