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년간 한의학이 수많은 질병을 한방치료로 해오고 있었음에도 양방에서 과연 한방이 치료의학이냐 하는 진부한 토론이 끊이지 않는 것은 한방과 양방의 치료 방법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소위 흑백논리처럼 한쪽에 익숙한 사람이 다른 치료방법이 낯설므로 이 방법으로 과연 될까 하는 의구심이 날만도 하다. 더구나 첨단 진단 장비를 동원하여 상당한 개가를 올리고 있는 양방이고 보면 아무 검사 방법이나 장비를 동원하지 않고 단지 대화하고 손목을 진맥하는 것으로 얼마나 몸의 병을 알겠는가 할 것이다. 약만 해도 그렇다. 부작용 적고 특효를 발휘하는 새로운 약이 쉴 새 없이 개발돼 바로 얼마 전까지 쓰던 약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천 년 전부터 써오던 한정된 풀뿌리 나무껍질과 동물성 약재로 얼마나 치료를 해내나 의심이 갈 것이다.

여기 한의학의 비밀이 있다. 우리 몸은 해부학적으로 조직의 복합으로 구성되지만 실제로는 조직끼리 열려 있어 언제나 교류를 한다. 즉 상중하와 안팎이 하나가 돼 생명활동이 잘 운영돼 음과 양의 균형이 맞아 있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다. 온돌방에 비유하면 아궁이에 불을 지펴 불기운이 방고래를 타고 들어가 온 방이 따뜻한 것이 정상인데 방고래가 막혀 있으면 불을 지펴도 따뜻하지 않을 것이고, 방고래가 잘 돼 있어도 아궁이에 불을 지피지 않으면 역시 방이 따뜻하지 않다. 이처럼 우리 조직이 온전해서 생명 활동력이 온 조직을 잘 출입하는 것이 건강한 사람이다. 이래야 열이나 염증도 없고 소위 냉증도 없으며 세균의 침입이나 웬만한 스트레스도 이겨낼 것이다. 그런데 밥만 먹으면 코가 막히는 사람은 본디 약한 위장이라 생명력이 이것을 활동시키려고 애를 쓰다 기운이 떠서 코에 나타난 것이다. 생리 때만 되면 생리통과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은 평소 자궁이 약해 자궁문이 순조롭게 열리지 않으니 생명력이 이것을 열려고 애를 쓰니 아프고 위로도 기운이 거슬러 올라가니 머리까지 아프게 된다. 그러므로 병을 파악하는 관점이 양방은 조직이나 세균에 초점을 맞춘 병명이지만, 한방은 조직과 생명력의 상호관계로 파악해 다시 음과 양의 균형을 이루게 하려는 것이 한방 치료의 기본 관점이다. 이러한 불균형을 진맥으로 쉽게 알아차리는 것이요, 한약 하나 하나의 성질을 활용하여 내리는 약, 들어올리는 약, 펴는 약, 말리는 약 등으로 그 불균형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지 무슨 특효약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방법은 시대와 질병이 아무리 변해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마치 매년 춘하추동이 바뀌어도 언제나 춘하추동이 차례대로 온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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