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대화하다 보면 인삼에 대추 넣고 먹어보니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파서 자기는 인삼이 안 받는 줄 알고 있으니 인삼은 넣지 말아 달라고 미리 부탁하는 분들을 만난다. 그러나 그런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인삼을 즐겨 먹어야 할 사람들이다. 그러면 어디서 부작용이 났는가?  왜 사람들은 대추를 의심하지 않을까?

대추는 걸쭉하고 단맛이 있어서 배고플 때 한 주먹 먹으면 요기가 될 정도로 영양가가 많다. 그런데 요즘 사람은 식생활이 개선되어 체격도 좋고 영양이 과잉인 사람이 많다. 설령 영양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그 원인이 음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신경성으로 위장이 약해져서 마음껏 영양을 소화 흡수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대추를 좀 많이 달여 먹으면 영양과잉인 사람은 살이 더 찔 수도 있고, 위가 약한 사람은 위장장애가 더 심해진다. 그래서 대추는 한의서에 분명히 적어 놓았듯이 배가 더부룩하고 가슴이 답답한 위장장애가 있는 사람은 먹어서는 안된다고 했던 것이다.

인삼은 본디 위를 튼튼히 하는 약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삼만큼 순하면서 원기회복에 도움이 되는 약은 드물다. 그런데 인삼 달일 때 대추를 한되나 반되를 넣고 달였으니 대추 때문에 소화가 안되어 가슴이 답답하고 얼굴에 열이 달아 오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이걸 모르고 애꿎은 인삼 탓만 하는 것이다.

물론 인삼을 먹어서 안될 경우도 있다. 허약한 사람은 조금씩 먹어야지 인삼을 갑자기 많이 먹으면 약에 취한다. 또 다혈질인 사람이 마음이 복잡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신경성 열이 있는 경우에 먹으면 인삼이 기운을 더 뜨게 하니 어지러워서 혼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도 맥이 약하다면 지쳤다는 말이니 원기 돋우는 인삼을 쓰되 맥문동 등을 같이 써서 약끼리 서로 견제하고 상호 보완하게 되면 인삼이 독재하지 않게 되어 부작용없이 효력을 낸다. 자세한 것은 인근 한의원에 문의하면 된다.

언제든지 대추같은 흔한 식품 하나라도 좋은 점만 믿고 함부로 먹을 게 아니라 부작용을 알고 먹어야 한다. 위가 약한 사람은 죽을 먹어야지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없듯이 인삼 백출 같은 건위제를 먹어야지 대추 숙지황 같이 눅진하고 소화에 부담을 주는 것은 조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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