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오늘날 모든 분야에서 유럽이 씨를 뿌리고 북미가 꽃을 피운 ‘글로벌 스탠더드’를 추종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의 끝에 위치한 한국인이 양복을 입고, 근대적 민족국가체제를 유지하고, 그리니치 표준시에 따라 약속시간을 정하고,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거나 판타지 소설‘해리포터’를 읽는다.

이처럼 세계의 행동 양식을 유럽식으로 바꿔버린 거대한 유럽의 힘은 무엇인가.

김현종의 ‘유럽인물열전1·2’(마음산책 刊 각 권 1만원)은 이 같은 물음에서 출발해 들어간다. 유럽의 역사와 인물, 풍속을 소개한 여행서처럼 읽기 편하게 쓰여졌지만 단순한 안내서는 아니다. 신문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땅덩어리도 작고, 인구도 1억 미만인 조그만한 유럽이 북미와 남미, 대양주를 출산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관장하는 그 힘의 근원을 알고자 유럽여행을 나선다.

책에 소개된 나라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터키, 불가리아, 유고슬라비아, 크로아티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10개국. 70개 도시에 42명의 인물을 나열하고 있다.

유럽 지식인들의 안일함을 일깨우고 과학의 발전을 강조한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저자 쥘 베른, 종교전쟁을 종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카트린 드 메디시스, 영화산업의 창시자 뤼미에르 형제, ‘빵’을 만든 사회주의자 조반니 아넬리, 스페인의 기틀 다진 이사벨 여왕, 파블로 피카소, 그리스의 대부호 ‘선박왕’오나시스, 고대올림픽사상 20년 간 6연패를 한 레슬링계 최고의 장사 밀론 등 유럽의 발전을 이끈 위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여기에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박물관, 해적들의 아지트이자 신대륙 발견의 탐험가들을 배출한 생 말로, 자유와 민권 사상이 발현된 저항의 도시 브르타뉴, 몽생미셀의 계란 오믈릿, 소와 스페인, 유럽의 휴양 문화 등 지리적 환경에 기인한 문화풍속사도 상세하게 밝혀내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순전히 유럽예찬론에 머무는 것은 않는다.
유럽은 2002년부터 단일화폐 ‘유로화’ 실시란 경제통합을 시작으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목적으로 ‘하나의 유럽’이란 깃발 아래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절실하게 요구되는 건 이 나라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며 이들에게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하는 진지한 탐구의 자세.

저자의 결론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사람이 제도와 관습과 체제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노력했기에 유럽의 영광과 발전이 있었다는 것이다. 유럽에 대한 주마간산식 소감기나 미술사나 여행지 소개, 영화 위주의 입문서와 달리 이 책은 한국인, 한국사회, 한국도시와 유럽의 그것들을 정면에서 비교해 치밀한 품평을 덧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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