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2009년의 실질경제성장률은 발표기관과 발표시기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해 종잡을 수가 없다. 확실한 것은 내년의 실질경제성장률 예측치가 2∼3% 정도로 낮게 책정되고 있고, 그것도 점차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경기침체가 시작됐고 이에 따라 경제주체의 경기전망이 점차로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암울한 분위기를 일신해 보고자 ‘위기를 기회로’라는 구호가 제창되고 있다.

계절의 변화가 있듯이 인간에는 길흉화복이 있고, 경제에는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나타난다. 불황으로 가는 경기침체가 우리는 잘 모르는 사이에 이미 시작됐듯이 경기회복도 그 시기는 단언할 수 없지만 언제인가 이뤄질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나라의 정책당국은 경기침체기를 최대한 줄이고자 서두르고 있고, 연이어 금리를 최대한 낮추고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재정지출도 최대한 늘리고 있다. 정부는 이에 덧붙여 정책시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금융기관의 대출을 독려하고 예산의 조기집행을 독려하고 있다.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현재 많은 시중의 유휴자금이 생산과 고용의 확대를 위한 투자나 소비로 연결되지 않고 앞으로의 자본이득을 위한 투기기회를 노리고 대부분 MMF·CMA와 같은 대기성자금으로 있다. 이런 대기성자금이 정부의 적절한 정책으로 증권시장이나 기업에 대출된다면 기업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지고 기업의 파산도 줄고 투자도 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의 신용도가 낮아지자 금융기관도 기업대출을 기피하고 기업은 자금난으로 도산의 위험에 처함으로써 경기침체와 신용경색의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기업의 수입·비용의 양면에서 큰 변화가 나타난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기업은 매출액 감소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경기침체의 지속으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부문에 따라서는 임금하락도 있을 수 있으며 임금하락은 없더라도 노동규율이 강화되고 노동쟁의도 줄어들어 생산비가 절감될 수 있다. 생산비만 보면, 기업의 영업환경은 경기침체의 지속에 따라 도리어 개선될 수 있다. 그럼에도 경기침체가 무서운 것은 매출액이 격감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에도 매출액 감소로 인해 손실이 늘어나 많은 기업이 결국 파산하여 사라지게 된다.    

이 와중에서도 살아남은 기업에는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큰 선물이 주어진다. 생존기업은 퇴출기업의 시장을 차지해 매출을 더 늘릴 수 있고, 경기침체로 낮아진 임금, 원자재 가격, 부지런해진 근로자 등으로 더 많은 이윤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기업은 이런 보상을 기대하고 경기침체기에 도리어 투자를 확대하고 기업의 인수합병에 나선다. 어떤 기업은 이 시기에 새로운 시장을 찾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출시한다. 이런 유형의 기업은 ‘위기’를 도약이나 성장의 ‘기회’로 바꾸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들로 인해 경기침체기에 자본의 재편 또는 시장의 재편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기업들의 노력이 경기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경기침체기에는 주식·부동산 등 자산의 가치가 폭락하는 자산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이렇게 하락한 자산가격은 언젠가는 다시 오를 것이기 때문에 자본이득을 노리는 투기 자에게 경기침체기가 호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가장 앞서 기지개를 펴는 것은 주가다. 주가는 경기변동의 선행지수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앞으로 경기회복의 시기라도 확실해지면 미래의 자본이득을 노리고 주식시장에서 떠났던 자금이 되돌아오면서 회복세를 보일 수도 있다. 부동산가격은 경기변동의 후행지수로 경기회복의 조짐이 분명해져야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값이 이미 폭락한 주식이나 부동산을 가지고 있고 현금이나 예금 같은 유동성 자산은 적게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회는 일부 개인이나 기업에게만 주어진다.

용기 불어넣을 정책 필요

개인이나 기업에게 성공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경기침체기에도 분명히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회는 이미 많은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개인·기업, 그리고 나라에 제한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줄어든 소득이나 늘어난 빚 때문에 헐값에 남은 재산마저 처분해야만 하는 처지에 빠지게 되고, 많은 기업들은 늘어나는 손실·빚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있다. 이 우울한 시기에는 대다수가 참여할 수 없는 성공의 기회를 말로만 강조하기보다는 대다수가 겪고 있는 실패의 아픔을 줄여주고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역사는 경기 주기가 일정하지는 않지만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순환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경기가 다시 회복될 때 시작할 수 있는 일이나 사업을 준비하는 시기가 이 어려운 경기침체기일 것이다. 만물을 움트는 봄을 생각하면서 이 겨울을 견뎌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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