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이자‘노(盧) 핵심 3인방’ 중 한 명인 정화삼씨가 지난 21일 검찰에 의해 긴급 체포됐다. 2006년 세종증권(NH증권)이 농협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거액의 자금이 정씨 측에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를 아는 사람들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정씨가 충북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를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호남형에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호감을 샀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랬던 그의 인생행로가 급반전된 것은 노무현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부터였다.

우리는 정씨가 참여정부 5년 간 어떤 일을 했는지 정확히 모른다. 일각에서 “정씨가 그렇게 될 줄 알았어. ‘참여정부게이트’가 나온다면 그가 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참여정부 당시 그의 역할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양길승 사건으로 구설

제주 제피로스 골프장 소유주인 정홍희씨(구속 중)와의 관계에서도 구설이 끊이질 않았다. 그가 골프공 제조업체인 청주산업단지 내 ‘낫소’(청주)를 그만둘 때부터 그랬다. 대통령의 친구인 그는 어딜 가나 환대를 받았고 그에게 줄을 대려고 안달을 했다. 즉 정치적으로, 사업적으로, 심지어 고위공직자들의 승진인사 등에까지 그에게 부탁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를 잘 아는 한 지인은 그를 만나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고 했다.

처음엔 그도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가 대통령의 친구로서의 역할과 금기사항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고, 청와대로부터 주의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 만무했다.

참여정부 때 그가 첫 번째 언론에 등장한 것은 2003년 7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양길승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청주 키스 나이트 클럽 사건’이다. 그는 당시 술자리에 동석했다 이듬해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 특별검사 때 조사를 받았지만 별 탈 없이 넘어갔다. 그는 2004년 열린우리당 충북도당 고문과 청주상공회의소 부회장,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 등을 맡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정씨는 양길승 사건 이후 상당히 조심스런 행보를 보였다. 그가 다시 세인의 입에 오르내린 것은 2005년 정홍희 로드랜드 대표가 운영하는 제주 제피로스 골프장 사장으로 취임하면서다. 정 대표가 당시 사업을 크게 확장했던 것은 정씨가 권력과 줄이 닿을 수 있도록 막후역할을 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정씨는 지난 7월 정홍희 로드랜드 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수사선상에 오른바 있다.

결국 정 대표는 배임과 횡령 및 탈세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벌금 15억원을 선고받았다. 정 대표의 횡령사건에는 정씨가 정 대표의 로비창구로 지목돼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혐의점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결국 그는 검찰에 의해 세종증권 매각 당시 거액의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안타까운 것은 정씨가 ‘권력은 유한하다’는 권력의 속성을 등한시 한 것이다. 정권이 교체되면 전 정권에 대한 최측근인 그는 물론 정씨 주변까지 샅샅이 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그는 점점 권력의 맛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해도 권력의 속성 상 주변 사람들이 정씨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주변 실세들을 보면 이를 방증한다. YS·DJ 재임 당시 김현철씨와 청와대 부속실장을 역임한 장학노·권노갑씨가 그렇다. 이들 모두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했다.

정씨도 2004년 노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했을 때 가장 먼저 그와 만나 복잡한 심정을 털어놓을 정도로 대통령과 지근 거리에 있었으니 권노갑씨 못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그를 정치, 사업, 승진 등에 이용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정씨는 끝내 사법부의 단죄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안타까운 것은 권력 실세들의 구속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왔다는 점이다.

권력 실세들의 험난한 말로

권력은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될 수 있는 속성을 갖고 있다. 단적인 예로 권력을 움켜잡을 땐 내기골프에서 져주지만 권력의 힘이 빠지면 져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정씨와 가까이 했다. 그러나 이젠 그를 아는 척도 안 할 것이고, 정씨의 긴급체포 뉴스에 긴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반추할 필요가 있다. 정씨의 말로(末路)를 험난하게 만든 것은 본인이지만 그보다 더 큰 책임은 다름 아닌 주변 사람이다. 그래서 권력은 무상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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