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최근에 전개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걱정하고 있다. 올해부터 나타난 환율상승세로 인해 수입업자는 수입품가격 상승과 마진 감소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고 외국인의 투자가 줄어들고 있으며 해외유학·연수·여행을 계획한 사람은 그 실행을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수출기업은 환율상승으로 환차익이 늘어나지만 수입 원자재나 중간재에 크게 의존한 경우에는 그 이익도 크게 준다.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물가를 상승시키므로 가계·기업·국가 모두가 살림을 줄이지 않을 수 없다.

국내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급변하고 있다. 환율은 달러 기준으로 2007년 말에는 936원이었으나, 올해는 계속 상승해 지난달 9일에는 최고 1천485원까지 상승한 이후 다소 하락했지만 하락 추세가 나타났다고 할 수는 없다. 원·달러 환율이 10월10일에는 최저 1천225원에서 최고 1천460원으로까지 급변했는데 하루 변동폭이 235원이었다. 이러한 변동은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상승폭은 작지만 단기적으로는 더 급격한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 적자 확대… 원화가치 하락

일반적으로 환율은 장기적으로 상대적인 물가수준이나 경상수지에 큰 영향을 받지만 단기적으로는 국가 간 이자율 차이나 주가 차이뿐 아니라 미래의 환율에 대한 기대에 따라 변동한다. 환율불안정은 우리나라 경제환경의 급변 또는 상대국인 미국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미래의 환율에 대한 기대가 시시각각으로 급변함으로써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환율의 급변동은 정상적인 외화결제를 어렵게 함으로써 수출입은 물론 외국과의 서비스거래를 위축시키고 환위험을 증폭시켜 외국과의 금융거래도 위축시킨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수습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환율안정정책으로 환율 변동폭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환율의 움직임은 여전히 특정한 추세를 나타내고 있지 않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최근 환율의 상승세는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한 달러화 강세라는 요인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달러에 대해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순으로 크게 절상되고 있고, 원화·호주 달러·태국 바트화·영국 파운드화·유럽 유로화·러시아 루불화 순으로 절하되고 있다. 요컨대 원화 가치가 달러에 대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원화 가치가 올해 다른 나라에 비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 것은 기본적으로 국제수지의 적자 폭 증가에서 비롯되지만 여러 가지 요인이 중첩한 결과로 보인다. 첫째, 그 동안 석유·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확대가 원화가치 기대치의 하락을 초래했다. 둘째, 미국의 금융위기 발발로 외국인 증권투자가 크게 줄어든 반면, 우리나라의 해외 증권투자는 많은 예상손실에도 철회된 것이 많지 않다. 셋째, 원고를 예상하고 이루어진 해외투자의 환헤지상품이나 키코 등이 환율상승에 따라 달러수요를 단기적으로 급증시켰다. 넷째, 외국인의 한국투자보다는 한국인의 외국투자가 더 크게 증가해 직접투자 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국내은행의 지나친 해외차입으로 달러표시 자산부채간의 만기상 불일치가 심화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환율의 상승세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기업과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달러공급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달러수요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하는 단기차입을 줄이고 환헤지상품 거래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했다. 또 최근 세계적 경기침체 전망에 따른 석유·원자재 가격 하락과 환율 상승으로 경상수지 적자폭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기적으로 급상승세를 보이던 환율이 다소 진정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불안하다.

미래의 환율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큰 재앙이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가계·기업·정부 등이 그 동안 환율수준 또는 추세를 미리 예단함으로써 이익보다는 손실을 더 많이 봤다. 그 대표적인 예가 ‘키코’라는 환파생상품이었다. 환위험을 줄이기보다는 환위험을 도리어 키우는 상품을 구매한 기업, 수수료 수입증대를 위해 이를 권장한 금융기관, 이를 방치한 감독기관 등이 사실 환율의 하락 추세를 예단하지 않았다면 피해는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환율안정 정책의지 강조하지 말아야

지금같이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하는 시기에는 가계든 기업이든 정부든 환율의 예측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여러 수준의 환율을 상정하고 각 시나리오에 따라 소비·투자·지출 규모를 재조정하거나 환위험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외환당국이 스스로 설정하고 있는 국제수지 균형을 위한 적정한 환율이 있더라도 이를 암시하게 되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리고 외환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이에 따라 외환보유 규모도 한계가 있는 나라에서 외환당국이  환율의 특정한 수준에 대해 지나친 집착을 보이게 되면, 그 나라는 국제적 환투기 세력의 ‘투기적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외환시장 규모가 아직은 작은 우리나라의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특정환율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등 환율안정에 대한 정책의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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