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원화의 달러 환율은 1달러당 940원 선에서 비교적 안정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다가 3월부터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해 3월17일 1천원을 넘어선 이후 9월에는 1천100원과 1천200원을 돌파하고 10월에는 1천300원대로 올라섰으며 10월 10일에는 장중 1천485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급등세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인한 전반적인 투자심리 불안과 안전자산 선호 경향에 따른 투기적 수요 때문이다.

물론 환율 상승의 근본적인 배경은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국제수지가 적자로 전환, 수출대금으로 들어오는 달러보다 수입대금 결제용 달러 수요가 많아진 데다 외국인들이 자국의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국내 투자자금을 지속적으로 회수함에 따라 달러화 송금 수요도 크게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 환율이 오르자 수출에 의한 달러 공급 물량은 자취를 감추고 국내 달러가 부족하다는 인식과 함께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달러화에 대한 가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남에 따라 환율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게 됐다.

즉, 기대심리와 투기적 수요가 가세해 환율이 현재의 경제 상황보다 과도하게 움직이는 이른 바 오버슈팅(over shooting) 현상을 연출하게 된 것이다.

최근 환율 급등세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투기에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외환당국은 환율안정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시장의 신뢰 회복에 주력해야 하고 개별 경제주체는 왜곡된 정보나 소문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환투기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2천400억 달러로 대외지급여력은 충분하다. 그동안 한국은행은 외환보유고가 너무 많고 수익성도 낮다는 주위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이러한 어려운 때를 대비하여 충분한 외화자산을 보유해 왔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는 대외지급준비를 최우선 목표로 수익성보다는 안정성과 유동성에 중점을 두고 운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즉각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처분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외환시장에는 “환율은 귀신도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환율은 전문가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최근에 기업들이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hedge)하기 위해 가입했다가 도리어 엄청난 환 손실을 입게 되어 논란이 많은 KIKO(Knock-In, Knock-Out)나 스노우볼(Snow Ball) 같은 통화옵션 상품도 따지고 보면 기업들이 앞으로 환율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잘못 예상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환율이 며칠사이 1천400원대에서 1천200원대 초반으로 급락하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그 와중에서 높은 가격으로 달러를 구입한 사람은 손해가 부득이할 것이다.

단기적인 이득을 위해 섣불리 달러를 구입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특히 요즘처럼 환율이 급등락을 보일 때는 더욱 그렇다.

최근의 환율 급변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은 투기성이 있는 상품보다는 안전한 헤지 수단을 통해 환율 변동 위험(risk)을 관리하는 한편 정상적인 수출입 대금 결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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