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가 지난 18일 전국 지자체에서는 처음으로 문화헌장을 제정해 공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충북문화상 정립, 창조문화의 동력확보, 신명나는 문예활동, 품격 있는 문화가치 창조, 나눔과 소통의 문화 조성’ 등을 목표로 하는 ‘문화선진도’를 선포한 바 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관련 조례의 제정, 충북문화재단 설립 및 문화예산을 배로 늘리는 청사진을 ‘충북도 문화발전 중장기 계획’에 담고 있다.

문화선진도의 공표는 민선 4기 정우택 지사의 도정 운영 슬로건인 ‘잘사는 충북, 행복한 도민’을 실천하는 데 적절한 계획이다. 잘사는 충북을 위해 경제특별도를 선포했고 행복한 도민을 위해 문화 선진도를 선포한 것은 충북이 나아갈 기본 방향을 표현하고 있다. 경제가 물질과 관련된 용어라면 문화란 인간의 삶의 방법을 지칭하면서 인류의 이상을 실현해 가는 정신 활동을 총칭하는 단어다.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질은 물질과 정신이 변증법적으로 적절하게 통합될 때 완성될 수 있다.

전문과 11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는 ‘충북도 문화헌장’은 충북도의 문화적 독창성과 도민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권을 선언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충북도 문화가 나아갈 방향의 지침을 표현하고 있다.

문화는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문화가 생명력이 있기 위해서는 시대에 적합하게 새롭게 형성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오래전부터 충청도 하면 양반이라고 했다. 그 양반 문화가 언제부터인가 없어졌다. 박지원의 양반전에서 양반에 대한 풍자와 양반문화의 폐해가 표현되고 있지만 양반이 가졌던 지조, 양반이 실천에 옮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등은 세월이 지나도 우리에게 필요한 문화다. 양반을 좋아하던 시절에 사람들은 닭에도 양반 닭을 만들어서 반닭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규태 칼럼에서는 이러한 반닭은 다섯 가지 덕을 갖추고 있다 한다. 머리에 벼슬을 이고 있으니 문(文)이 있고 발톱이 세 갈래 져 삼지창을 지녔으니 무(武)가 있으며 먹이가 있으면 서로 불러대니 인(仁)이 있고 적과 만나면 용감히 대어드니 용(勇)이 있으며 밤과 새벽을 놓치지 않고 알리니 신(信)이 있다 했다. 문화란 이와 같이 닭을 반닭으로 만드는 것이다.

문화 선진도 충북이 해야 할 일들은 많다. 실체가 없는 중원문화에 생명을 불어넣어야 하고 경제특별도에 적합한 건전한 노사문화를 창출해야 하며 정보화 사회에 적합한 디지털 문화를 형성해야 하고 사람과 사람 간에 신뢰의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문화는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 문화 선진도를 만든다고 그 기반인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문예회관을 짓는 데에만 관심을 갖고 사람을 등한시 한다면 문화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창조되는 물건이 아니다. 충북 문화의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충북도 문화발전 중장기 계획’과 ‘충북도 문화헌장’이 실천에 옮겨지기 위해서는 계획에 대한 도민의 애정과 관심만큼 도지사의 관심이 요구된다.

문화의 발전은 가시적으로 쉽게 보여 지지 않는다.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가들에게 매력적인 정책의제가 아니다. 문화의 이러한 속성으로 문화 발전은 항상 정치가들의 공약에 맨 뒷자리를 차지했고 도로 만들고 다리 놓는 예산의 절반도 차지하지 못했다. 모처럼 전국 지자체에서 처음 제정해 선포된 충북문화헌장이 문화의 달에만 읽혀지는 헌장이 아닌 도민의 가슴 속에 파고드는 헌장이 돼 ‘행복한 도민’을 만들어 주는 헌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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