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환율폭등, 주식하락, 지속적인 불경기, 빡빡해진 살림 등의 여파인지  요즈음 길거리를 걷다 보면 부쩍 흰머리가 눈에 많이 띈다. 젊은 사람들도 종종 하얗게 된 머리를 볼 수 있는데 이러다가 주례사에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며 살아가라는 말이 없어질 지도 모르겠다.

하수오(何首烏)란 약이 있는데, 글자 그대로 풀어 쓰면 ‘어찌 머리가 검으냐?’ 란 뜻이다. 옛날 어떤 사람이 흰머리였는데, 어느 날 문득 머리가 도로 검어졌기에 물어 보니 새박뿌리를 가리키며 이걸 먹었는데 검어졌다 해서 그 뒤로 새박뿌리를 ‘하수오’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속설은 어떻게 생긴 걸까?

사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숙지황을 먹을 때 무를 함께 먹으면 새치가 생긴다는 구절이 있다. 숙지황이나 하수오 같은 약들은 음중의음(陰中之陰)으로 신장(腎臟)을 보하는 대표적인 보정제(補精劑)인데, 반면 무는 순양의 기운을 가져 소화기나 폐기관지 등에서 담체(痰滯)된 기운을 풀어 주는 효과가 있다. 위의 두 가지 상반된 기운을 가진 약재를 동시에 복용하면 순음과 순양의 기운이 상쇄되어 약효가 반감될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옛날 한의사들은 숙지황이나 하수오 같은 약재가 들어간 약을 먹을 때 생무를 금기시켰던 것이고, 이것은 머리가 희어진다기 보다는 애써 보하는 약을 먹는데 보약의 효과를 깍아 먹는 것들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 것 같다.

머리는 왜 셀까? 나이가 들면 머리카락을 유지시키는 데에 필요한 영양이 불충분해지기 때문으로 멜라닌 색소의 부족이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젊은 사람에게도 왕왕 새치나 흰머리가 나는데 이것은 노쇠현상이라 하기 보다는 다른 기능은 정상인데 유독 머리가 먼저 센다는 것은 영양이 머리로는 덜 올라가기 때문으로 대개 내성적인 성격과 관계가 있다고 본다.

내성적인 사람도 강하고 약한 차이가 있겠는데, 흰머리는 약한 내성적인 사람에게 흔히 잘 나타난다. 기운도 좀 약한 차에 성격도 활발한 편이 아니니 영양이 머리카락까지 충분히 출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에 고집 세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사람도 흰머리가 잘 난다.

말하자면 봄·여름 날씨가 적당해야 가을의 결실과 겨울의 비축이 순조롭겠는데, 여름이 길면 결실이 알차지 않듯이 감정의 활동이 지나치면 머리카락까지 갈 영양이 잘 비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젊은 사람으로 흰머리를 어떻게 좀 줄여 보고 싶으면 첫째, 원기 왕성해 질 것, 둘째, 느긋한 생활태도를 가지도록 노력할 것, 셋째, 영양이 부족하다면 영양을 도울 것, 넷째, 머리가 복잡하다면 신경을 쓰지 말게 할 것 등 이 네가지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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