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6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한창 북적거려야 할 재래시장이지만 활기는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재래시장이 불황의 여파로 매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과거 이맘때면 재래시장은 온통 축제분위기였다. 상인들은 물건을 잔뜩 쌓아놓고 고객을 기다리는 모습만 봐도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엄마 손을 잡고 시장을 찾는 아이들도 마냥 신이 난다. 주부들이 제수용품을 구입하면서 아이들의 추석빔까지 사 입히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먹을거리도 많다. 우리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죄다 모아 놓은 만물상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장을 보면서 사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거기에 덤까지 얹어 주니 재래시장을 찾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다. 또 재래시장은 아이들에겐 좋은 학습의 장이다. 실물 경제교육을 하기에도 이보다 더 좋은 학습장소는 없을 것이다.

재래시장은 소통의 장

재래시장은 어른들에게는 소통의 장이었다. 이웃 마을의 대소사를 전해듣고 농사정보 등을 교환하는 등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히 이뤄진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과거 재래시장의 풍경은 넉넉함과 볼거리가 많았다. 원숭이 쇼가 한판 벌어지는 장 한 켠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시간가는 줄 몰랐다. 차력사의 괴력도, 등에 약장수북 지고 연주하는 악사도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지금은 재래시장에 가야 볼 수 있었던 재미있는 구경거리들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세월의 변화만큼 재래시장도 빠르게 변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재래시장의 경쟁력은 이미 상실했다. 문제는 재래시장만의 차별화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는 것이다. 고객들을 불러모으는 ‘특별함’이 있어야 하는데 그 특별함이 재래시장엔 없어졌다. 이는 재래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재래시장 지붕을 씌우고 화장실을 고치고 주차장도 넓혔다. 상인대학을 만들어 교육도 시켰다. 이젠 재래시장의 하드웨어 부분은 어느 정도 개선됐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도 여전히 재래시장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재래시장만의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래시장 활성화는 상인들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지만, 당장 먹고살기 힘든 상인들에게 마케팅을 가르칠 상황도 아니다. 경쟁력 있는 재래시장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재래시장은 대형마트에 밀려 설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나마 지자체 공무원들이 ‘재래시장 상품 팔아주기’ 등으로 재래시장을 떠 받쳐주고 있는 형국이라면 과장일까.

재래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은 할머니들의 좌판이다. 이들이 판매하는 물건이 오히려 경쟁력이 있고 재래시장의 볼거리도 제공한다. 간혹 중국산 제품을 국산으로 판매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물건은 국산이다. 흥미 있는 것은 물건을 깎는 재미다. 이는 대형마트가 흉내 낼 수 없는 재래시장만의 장점이다. 이 때문에 시장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앞으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재래시장에서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좌판처럼 덤이 있는 제품으로 차별화 하는 길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재래시장의 제품이 오히려 더 비싸다. 제품도 독특한 것이 많다. 터키의 재래시장(그랜드 바자르)은 규모가 엄청나게 큰 데다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필수코스가 됐다.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은 숫자가 많기도 하지만 구비해놓은 물건은 한결같이 똑같다. 재래시장만의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또 가축시장 등에는 비위생적인 부분이 너무 많다.

이 곳에서‘청결’을 말하는 것은‘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이런 곳을 고치지 않고서는 재래시장을 되살리는 것은 헛구호에 불과하다.

청소년들에게 재래시장의 추억을

재래시장이 정말 필요한 것은 미래고객 양성이다. 정부와 지자체, 상인들이 청소년들에게 ‘재래시장 추억’을 만들어 주자. 지금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미래고객은 더욱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재래시장의 지붕을 씌우고 주차장을 만드는 등의 하드웨어 부분도 중요하지만 이젠 미래고객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재래시장의 물건값이 가장 싸다고 하는데 왜 가격이 싼지 그 이유만이라도 아이들에게 알려준다면 재래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다. 이번 추석의 제수용품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에서 구입할 것을 제의한다. 아이들에게는 재래시장의 추억을 만들어 주고 경제교육도 덤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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