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적 사회적 문제만 발생하면 야당이나 관련된 집단이 공통적으로 외치는 것이 관련 장관 물러나라, 장관을 경질하라는 것이다.

소고기 파동으로 야당과 촛불 시위자들은 임명 된지 3개월도 되지 않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라고 주장하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파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 관련 대응을 두고서 ‘외교 난맥’, ‘망신’이라는 비난과 함께 외교라인의 경질을 외치고 있다.

조계종은 총무원장 차량에 대한 경찰의 과잉 검문과 관련해 경찰청장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 폭설로 교통대란이 일어나니 건교부 장관과 기상청장을 해임하라고 한 사회단체가 대통령에 건의하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정치에서는 정책실패의 책임을 장관의 해임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풍토가 만연됐다.

이러한 풍조가 확대되면 언젠가는 내 아이 성적이 떨어지면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해임, 감기라도 걸리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해임, 휴가철 고속도로가 막혀서 도로위에서 10시간씩 지체했다면 국토해양부 장관의 해임을 주장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장관의 임기는 정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평균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많은 부처일수록 그 임기는 짧다. 최소한 장관의 임기는 2년 이상은 돼야 부처의 업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장관의 철학에 의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한다. 1년의 임기라는 것은 장관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시간이다. 

이러한 모습은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다. 우리의 공직문화에 뿌리 깊은 관습의 하나이다. 한말에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은 민비가 시해된 다음 해 한 해 동안에 외부, 학부, 상공부, 탁지부 등 4개부 대신을 번갈아 했다. 갑오경장 이래 강제 합병까지 16년 동안에 꼭 70명이 한성 판윤의 자리에 오르고 내리고 했다.

서울시장이 평균 2.7개월 마다 바뀐 꼴이다. 그래서 다산(茶山) 정약용은 이 같은 벼슬 풍토를 두고 ‘아침에 벼슬이 오르면 저녁에 쫓겨나니, 현명한 벼슬아치는 부임해서 짐을 절반만 풀어놓고 있다가 다시 싸 떠날 채비를 하고 기다렸다’고 한다.

문제는 장관직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중앙부처 일반직 실·국장 평균 재임기간은 1년을 넘지 않는다. 과장의 재임기간도 실·국장 못지않게 평균 1년3개월마다 자리를 옮겨 다니고 있다. 고위직에게 직위가 일하는 곳이 아닌 승진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일을 알만하면 자리를 옮겨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인사풍토다.

이러한 인사 관행은 똑똑한 공무원을 무능한 공무원으로 만들고, 전문성이 없는 관리자만 공직의 고위 계층에 모아놓는 결과를 가져 왔고, 국가나 지방행정이 6급 주사행정이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가까이는 1990년대의 IMF나 다시 불거지고 있는 한일 어업협정문제에서부터 작금의 대북문제, 독도문제, 소고기 문제는 전문성과 경쟁력이 없는 우리의 공직자들이 만든 어설픈 작품들이다.

북한의 김영남은 거의 30여 년 동안 외교를 총괄하고 있다. 미국의 대 북한 창구는 주로 힐 차관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는 한국대사를 지냈고, 한국문제에 대해 정통한 사람이다. 헨리 키신저를 비롯해 미국의 성공한 장관들을 보면 대부분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한 장관들이다.

일본은 독도문제만을 전담하는 담당자가 10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1명이 담당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힘은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장관이나 고위관직이 책임을 지고 일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능하고 부패하지 않는 한 최소한의 학습 기간과 학습에 의해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을 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실패할 수 있는 자유와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줘야 한다.

전문성과 경쟁력이라고 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장관이나 고위관리직이 일하는 자리가 될 때 낙하산 인사는 없어지고 무능한 사람이 자리를 넘보지 못하는 인사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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