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김정원 <편집국장>

충청권 주민들은 요즘 정부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의지에 대한 순수성을 의심하고 있다. 정부가 과연 이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최근 불쑥불쑥 터져 나오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이런 의혹을 살만도 하다.

행정도시 건설추진과 관련해 그동안 의혹의 시선은 끊이지 않았다.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행정도시건설은 이 대통령 역시 대선 공약이다. 우리는 현 정부도 행정도시건설에 대한 본질만큼은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런 믿음이 최근 들어 희석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이 행정도시 건설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내년 행정도시 건설 관련 정부 예산이 당초 계획보다 52%가 삭감돼서다. 기획재정부가 책정한 지출 한도액에 따라 내년 예산안이 반 토막(8천765억원→4천593억원)났다. 이는 행정도시건설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 추진의지 의심하기 시작한 충청권

 

급기야 자유선진당은 행정도시 축소의혹 진상조사단을 구성, 지난 9일 심대평 대표 등 지도부가 행정도시건설청을 항의 방문했고 민주당도 가세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충남·북도당은 “세종시를 원안대로 차질 없이 추진하라”는 등 정치권이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세종특별자치시추진 연기군대책위도 “국토균형발전의 중핵인 행정도시 건설은 국가와 국민의 약속이자 수도권과 지방이 상행하는 유일한 대안이므로 건설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은 또 군민·시민사회단체·군의회가 참여하는 통추위를 꾸려 행정도시 원안 건설에 대한 투쟁을 선언했다. 가뜩이나 행정도시건설추진의지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예산 축소에 대한 반발은 정치권에서 충청권 전지역으로 옮겨 붙고 있는 추세다.

행정도시 축소의혹이 나온 것은 오래 전부터다. 그러나 실제 예산안이 반 토막 나면서 정부가 행정도시 건설의지가 없음을 읽기 시작했다.

그 배경은 행정도시 건설에 중요한 기반이 되는 광역도로가 2천230억원→1천115억원, 학교 건설 1천50억원→100억원, 용지비 분할 납부 3천790억원→2천954억원 등으로 줄였으니 추후 사업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남인희 건설청장은 이에 대해 “행정도시는 건설계획에 따라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다른 위원회와 통합은 정부 조직개편에 따른 조치로서 행정도시 위상은 격상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 청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분위기가 아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도 “행정도시는 차질 없이 추진된다. 정치권은 악용하지 말라”고 촉구했지만 현실적으로 이 같은 분위기를 설득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건설청은 아울러 재정운용계획과 실제 예산과는 다르다고 했다. 또 2006년과 2007년 예산 불용액이 40%에 달해 축소한 것일 뿐 행정도시 사업의 축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건설청 관계자는 정부에 7천74억원의 예산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지출 한도액을 하향·조정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칟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의결, 입법 예고와 함께 행정도시 건설추진위원장이 국무총리에서 장관급으로 변경됐고 행정도시위는 기업도시위·혁신도시위와 통합된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의심을 받을 만한 일이다. 위원장이 국무총리에서 장관급으로 격하돼 행정도시 위상이 크게 떨어졌는데 위상이 격상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행정도시는 조직의 위상이 격하되고 예산이 축소돼 충청권 주민들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인 만큼 원안대로 건설해야 한다. 행정도시 건설 예정지 주민들은 축소된 예산이 국회 심의를 거치면 당초 계획보다 30%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볼 정도로 정부의 추진의지를 의심한다.

 

두번의 대선공약… 백년대계 논의가 현실적

 

문제는 한나라당 소속인 충청권 광역단체장들이 행정도시 건설이 훼손되지 않도록 나서야 한다.

시민사회단체, 주민들도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옳다. 행정도시건설 예산축소문제와 관련해서는 정치권 일각에서만 목소리를 높일 뿐 지자체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의혹과 비판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충청권 광역단체가 앞장서 이 문제에 대해 분명히 짚고 가야 한다. 단지 정부에 건의문을 내는 식으로 끝내서는 곤란하다. 단체장들은 이 문제와 관련해 정부에 눈치를 봐서도 안 된다. 행정도시 건설은 17·18대 대선 공약이기 때문에 더욱 실천에 옮기도록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국가발전의 백년대계 사업으로 축소 또는 왜곡논란의 대상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행정도시를 제대로 건설하고 발전시킬 것이냐는 본질에 대한 논의가 보다 현실적이다. 더 이상 소모적인 행정도시 축소 의혹 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충청권의 여론이다. 정부가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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