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는 동백꽃잎을 틔우는 소리로 분주하다.
겨울에 꽃을 피우고 봄에 떨어지는 동백(冬柏)은 11월부터 4월까지 피고 지기를 계속해 봄꽃인지 겨울꽃 인지 분간이 어렵지만 선명한 붉은 꽃잎과 대조적인 녹색 잎은 강렬한 인상을 남겨 해마다 동백을 찾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동백꽃은 피는 기간이 짧아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좀처럼 구경하기 어렵다.
올해는 2월 중순부터 꽃이 피기 시작, 4월 중순까지 구경할 수 있다.
고창 선운사는 천연기념물(제184호)로 지정된 동백꽃 군락지의 대명사다.

선운사 입구 오른쪽 비탈에서부터 절 뒤쪽까지 약 30m 폭으로 5천여 평에 수령이 500∼600년 된 아름드리 동백 나무 3천 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절 입구에는 서정주 시인의 시비가 반겨 맞아준다.
‘선운사 골짜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되어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

시인의 노래처럼 선운사 동백은 가장 늦게 피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략 3월말에서 4월말 사이에 절정을 이룬다. 특히 촛불잔치를 벌이듯 피어있는 모습도 장관이지만 뚝뚝 통째로 떨어지는 모습도 아름답다.

강진 백련사는 가장 먼저 봄소식을 들려주는 곳.
백련사 동백나무(천연기념물 제151호)는 절 주변을 둘러싸듯 600∼800년된 동백나무 1만 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2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3월 중순께에 절정을 이룬다. 이 동백나무는 정약용이 심었다는 설도 전한다.

백련사에서 정약용이 18년 간의 유배생활 중 10년을 지냈다는 다산초당에 이르는 40여 분 간의 등산로를 따라 동백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여수 오동도하면 동백꽃, 동백꽃 하면 오동도가 연상될 정도로 오동도와 동백꽃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청정수려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인 여수의 동백꽃이 유달리 입소문을 얻은 것은 빼어난 바다풍광에 마침표를 찍듯 섬 전체에 동백나무가 곳곳에 심어져있기 때문. 3만6천 여 평의 섬에는 동백나무 외에도 대나무 등 200여 종의 수종이 빼곡이 심겨져 있어 마치 울창한 수풀림에 들어선 느낌이다.

동백꽃은 식물원 뒤쪽 산책로에 가장 많이 피어있고, 돌산도로 가는 연륙교 입구 무실목 자갈밭 해변 언덕에도 동백꽃이 숲을 이루고 있다. 3월 초순까지 절정기를 갖는다.

한반도 최남단 땅끝 마을 해남 보길도에서도 동백꽃을 볼 수 있다. 역사적 의미를 안고 있는 이곳은 ‘어부사시사’를 지은 고산 윤선도가 말년을 보내 둘러볼 곳도 많다.

해남읍에서 대흥사 방향으로 가다보면 약 4㎞지점에 고산 윤선도 고택인 녹우당이 있다. 동백꽃은 녹우당 둘레를 무리지어 피어난다. 대둔사가 있는 두륜산에도 동백이 숲을 이룬다. 입구부터 절까지 10리 길은 적송과 벚나무와 참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어 장관이다. 동백나무는 이 나무들 사이에 조용히 얼굴을 내밀고 있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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