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새 청와대 참모진용을 꾸리자 또 다시 논문표절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이 교수 출신을 참모로 발탁할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현상이다.

표절논란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임용권자의 도덕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여간 민감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청와대나 당사자는 극구 부인하고 상대측은 끈질기게 물어지는 갑론을박이 계속된다. 대부분 문제를 제기한 측이 승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청와대에 유리한 쪽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울산대 총장을 지낸 정정길 대통령실장에 한해서다.

일부 언론이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제자인 정준금 울산대 교수가 2002년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논문 내용을 자신을 제1저자로 정 교수를 제2저자로 공동발표한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논총’의 논문과 거의 일치한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 진용 짤때마다 잡음

또 정 실장이 이보다 앞선 1996년 ‘행정논총’에 기고한 ‘세계화와 지방자캄란 논문이 한달 뒤인 7월 영진전문대 지방자치연구소 발행 ‘영진 자치정보’에 실린 ‘세계화가 지방자치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글과 비슷해 또 다른 표절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정 실장이 얼마나 버틸지가 호사가들의 관심사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국행정학회는 정 실장의 제자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학술대회 발표논문집에 실린 논문을 학술잡지에 게재하는 건 통상적인 연구윤리에 위반되지 않고,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안 역시 당사자 및 관련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정 실장의 역할이 인정되므로 연구윤리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정 실장의 손을 들어줬다.

청와대나 정 실장 입장에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이전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정 실장이 강단에서 발표한 모든 논문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들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표절논란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일단 흠집이 난 상태다.

표절은 비단 학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전에 한 유명 댄싱그룹이 표절논란에 휩싸이자 이 그룹 멤버가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그로서는 아마도 비난이 무척이나 참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어른들 시각에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노릇이지만 그로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자존심 문제였을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 갖가지 이유를 들어 자기변명에 바쁘다. 특히 학계에서 정계로 진출하는 이른바 ‘폴리페서’는 더욱 그렇다. 무엇이 학자로서의 자존심까지 버리도록 하는 것일까. 명예 아니면 권력, 그것도 아니면 일신상의 영달인가. 그도 아니면 자신의 전문성이 국가발전에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인가.

우리사회는 교수에 대해선 그래도 무엇인가 보통사람에 비해 남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치를 갖고 존경의 대상으로 삼는다. 반면에 정치인을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교수들이 정계를 기웃거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치부, 즉 표절이 약방의 감초처럼 튀어나온다. 적게는 십수년 많게는 수십년간 학문적 공을 쌓던 이들은 정계에 진출하기 위해 이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을 끄는 무슨 마력이 정계에 있는 듯 하다.

재미있는 것은 폴리페서가 자신의 표절논란에 대한 해명을 할 때 정치인처럼 뻔뻔하다는 것이다.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애초부터 정치인의 끼를 타고났다고 볼 수 있다. 뒤늦게 소질을 살린 경우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최소한의 학자적 양심 갖춰야

표절논란의 대상자들은 “그 때는 그것이 관행이었다”는 말로 자기합리화를 한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잘못한 것 같다”며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 학자적 양심은 찾아 볼 수 없는 비열한 행태다. 물론 폴리페서가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려고 정치를 하겠다면 최소한의 도덕성은 갖춰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폴리페서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으니 융합이 아닌 분열이 잦을 수밖에 없다. 뒤늦게 많은 대학에서 폴리페서에 대한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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