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을 넘긴 이명박 대통령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겉으로 보면 미국산 소고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동안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과정에서 드러난 난맥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쌓이고 쌓여 이번에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내각이나 청와대 참모 진용을 꾸릴 때마다 튀어나온 땅투기 의혹 등에 대해 분통이 터졌어도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겼다. 하지만 국민건강이 걸린 이번 소고기 수입만큼은 그렇게 아량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저 남의 일처럼 불구경하다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려고 할 때 급작스럽게 물을 뿌리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소통 미흡” 반성 진실성 안보여

이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 하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 단편적인 예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의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민이 걱정하고, 그리고 다수의 국민이 원치 않은 한 30개월 이상 된 소고기를 들여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 달이 넘도록 많은 국민이 밤을 세워가며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는 이유와 이전에 열렸던 소고기 청문회, 토론회 등에서 무엇이 쟁점이 됐는지 전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자다가 뒷다리 긁는 격이니 국민들이 이 대통령이나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젠 정부가 미국과 30개월 이상 된 소고기를 수출이나 수입하지 않겠다고 문서로 작성해도 믿지 않을 판이다.

대한민국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한 결과로 인해 현재 대내외적으로 많은 것을 잃었고, 앞으로도 이 부작용에 많이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냉소주의 확산이다. 이는 결국 국가정책 추진의 동력을 허비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지속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국민의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남은 임기동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당장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소고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했다손 치더라도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대다수 국민은 이 대통령을 믿지 않는다.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게 단순히 반대세력의 움직임 때문이 아니다. 이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이 대통령이 이번 소고기 문제를 모르고 대했든 알고 대했든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에게 귀결된다.

인터넷에서 이 대통령과 관련된 뉴스를 검색해보면 딸린 댓글이 ‘묻지마 비판’조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존경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남은 4년8개월의 임기동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자조와 이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을 후회하는 글이 많다. 간혹 이 대통령을 두둔하는 글이 올라오면, 이 글은 융단폭격을 맞는다. 간단히 말해 그만큼 대한민국 국민은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고 믿지도 않는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여당에서도 전면적인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정 공백이나 혼란을 우려하는 지적이 있는데 남은 임기를 생각하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사실 지금의 내각이나 청와대 참모들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로지 충성경쟁으로 무리수를 둬 이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이 몇 달 더 근무하거나 그 자리가 공석이 된다고 해서 지금보다 국정이 더 흐트러지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이 대통령은 친소(親疎) 구분 없이 내칠 사람은 내쳐야 한다. 특히 국민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인사들은 아무리 대통령선거에서 공신대열에 포함됐다고 해도 솎아내야 한다. 이들을 끼고 돌다간 더한 망신을 당할 수 있다.

노 정권에 책임전가 말아야

또 이 대통령은 소고기 문제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자세를 고쳐야 한다. 미국과 소고기 협정문에 서명한 주체는 현 정권인데 왜 아직도 노 전 대통령 탓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는 그 스스로 ‘노무현 그늘’에서 허덕거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기비판이다. 언제까지 “노무현 정부가 처리했으면…”하고 책임을 지려하지 않을 것인가. 지금은 노무현 정부가 아닌 이명박 정부인데 말이다. 국민은 이 대통령이 “모두 내 탓이오”라고 실정을 인정하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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