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종자산업이 가진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우선 첫째는 전문 육종연구의 부족이다. 몬산토와 신젠타가 우리나라의 대형 종자회사 대부분을 흡수합병하면서 국내 종자연구 분야가 축소되고 있다. 이들 외국계 종자업체는 새로운 종자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연구를 해외본사로 이전했고 이로 인해 과거 진행돼 오던 국내 육종연구들은 사실상 맥이 끊긴 상태다.

이에 신품종 육종과 관련해 국내 대학교 및 연구기관이 기업과 함께하는 합동 프로젝트가 사라진 상태다. 그리고 육종연구분야를 지원할 만한 산업체가 줄어들면서 관련분야를 전공한 학생들은 취업하기가 어려워지자 품종을 육성하는 육종은 비인기직업이 됐으며 이에 뛰어드는 젊은 인재들도 사실상 찾아보기가 힘든 형편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개인육종가를 지원하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는 종자의 경우 다국적회사가 특정 품종에 대해 한번 독점을 하게 되면 이러한 독점을 쉽게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종자시장의 60% 이상이 외국기업에 선점된 상태이며 우리 종자업체들이 종자 주권을 되찾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왜냐하면 종자는 1년 농사를 좌우하므로 농민들은 특별한 이유없이 심던 종자를 다른 것으로 잘 바꾸지 않으며 같은 종자라 해도 기후나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신규로 도입되는 종자는 정확한 재배법을 모르는 상태이고 이전에 심던 종자는 재배특성을 잘 알고 있으므로 사실상 정확하게 재배하면 신종자가 더 좋은 것임에도 예전품종에 맞는 재배법을 사용해 신종자의 가치를 확인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 품종에 대한 독점은 쉽게 바뀌지 않으며 미래에도 계속적으로 종자를 외국에 의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 또한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사실 우장춘하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인물로 씨 없는 수박을 통해 신품종을 개발하는 육종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 인물이다. 하지만 우 박사가 우리나라 농업에 끼친 나쁜 점도 있는데 그것은 우 박사가 일본 다끼이 종묘에서 근무했고 국내에 와서 농업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도 종자선진국인 일본의 품종을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전통적으로 농민들은 일본 종자가 좋다는 선입견을 갖게 됐고 현재 가격이 국내종자에 비해 훨씬 비싸고 품질에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음에도 일본 종자를 선호하는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어찌됐던 간에 우 박사는 우리나라 농업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위인으로 존경받을 인물이지만 이제 한국에서 더 이상의 우장춘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육종이란 10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이에 투자규모가 적고 취업이 어려워 많은 젊은이들이 기피하고 있다. 만약 국내육종이 사라지고 종자전체가 외국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이는 단기적으로 종자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국내 농업의 수익성악화와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종자주권을 외국에 넘겨주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정부와 업계는 신품종육성을 장려하고 우수한 육종가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젊고 유능한 육종관련 연구가들이 나타나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이들을 지원해주고 협력할 기업이 있어야 한다. 대학교수들도 이러한 인재를 길러내 기업에 소개하고 힘을 합쳐 계속적인 연구를 해나갈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 또 육종관련 연구자를 육성하고 대학과 기업의 협동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대책이 절실하며 특히 우리나라 농업분야의 바탕인 종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관·산·학 모두의 협력만이 우리나라 종자 주권을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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