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8대 총선이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를 포함해 한나라당은 153석, 통합민주당은 81석, 자유선진당은 18석, 친박연대는 14석, 민주노동당은 5석, 창조한국당은 3석을 각각 얻었다. 무소속 후보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25명이 당선됐다. 의석수를 따지면 ‘여대야소(與大野小)’정치지형이 형성됐다.

이런 외형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이번 총선은 투표율 46.1%가 보여주듯 국민적 지지를 상실했다. 유권자 절반이상이 투표를 하지 않아 대의정치의 위기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공기관 이용 할인권 제공 등의 혜택을 주겠다며 투표참여를 유도했지만 투표율이 정부수립이후 치러진 각종 전국단위 선거 가운데 가장 저조했다. 이유는 꼴 같지 않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이나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 모두 이번 선거의 패자다.

투표율 저조 국민 지지상실 의미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가 막 끝났을 때만 해도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여세를 몰아 이번 총선에서 200석 이상은 건질 것이라고 자신하는 오만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저 좋아서 선택된 게 아니라 밥 먹고살기 힘들어하는 국민들이 다른 후보들보다 그나마 경제 살리기 노하우가 있을 것 같은 ‘이명박’개인에게 걸었던 소박한 희망의 결과였음을 금세 잊어버린 것이다.

이런 국민들의 기대를 전권부여로 오판하고 날뛰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공천과정에서 줄대기 등으로 잡음을 낸 한나라당의 모습을 본 국민들은 크게 실망했다. 결국 이런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한나라당은 과반수를 겨우 넘은 의석수에 만족해야했다. 그나마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이 선물마저 빼앗을 수 없었던 것은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절박한 배경 때문이다.

통합민주당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한참 늦었다. 억울하든 그렇지 않든 국민의 뇌리에 경제를 망친 주범으로 참여정부와 통합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각인돼 있는 상황에서 당명을 바꿨다고 책임을 면할 수 없었다.

통합민주당은 참여정부와 거리를 두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이를 참여정부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는 비겁한 행동으로 봤다.

또 열린우리당의 해체와 다시 통합민주당으로의 재탄생 과정에서 터져 나온 볼썽사나운 계파간 지분 챙기기는 가뜩이나 미운 털이 박힌 통합민주당에게 씻지 못할 상처가 됐다. 통합민주당이 막판 개혁공천으로 국민들 관심을 모으는데는 성공했지만, 이 관심이 서민들의 ‘경제피해의식’을 상쇄하지 못했다. 통합민주당이 호남에서조차 외면 받은 것은 인과응보(因果應報)다.

자유선진당은 창당 두 달여만에 18석을 건진 것을 두고 정국의 중심에 서서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축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이번 총선 결과만을 놓고 볼 때 성공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당선지역 분포를 보면 정국의 중심에 서있다고 말할 수 없다. 자유선진당의 자기 위안일 뿐이다. 자유선진당은 누가 봐도 ‘충청도당’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대전충남당’이다. 자유선진당에 확고한 믿음을 줄 수 없다는 판단이다. 그저 매번 영남과 호남 정치세력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한 것에 대한 분풀이로 충청권을 기반으로 창당한 자유선진당을 불쌍히 여기고 표를 준 결과가 교섭단체구성요건에 2석 모자란 18석이다.

4년후 답습 않으려면 자숙해야

친박연대와 친박계열 무소속 당선자는 오로지 박근혜 한사람 덕에 금배지를 달게 된 케이스다. 박근혜에 대한 동정이 그들의 여의도 재입성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동정은 사리판단을 흐리게 한다. 옳고 그름의 판단을 무시하고 무조건 두둔하게 된다. ‘묻지마 선택’인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승리를 유권자들의 정확한 판단이라고 할 수 없다. 그저 운이 좋아 자신들의 선명성을 인정받은 꼴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과 이방호 사무총장의 낙선을 상당히 고소해하고 있다. 직접 투표로 심판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들이 자신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게 바로 제 주제를 모르고 나부대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민심이다.

결국 이런 불신이 투표 불참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당선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지지를 확인했다고 으쓱한다면 큰 착각이다. 자숙하고 자중하지 않으면 4년 후 선거 투표율은 이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바라는 지역 대표성은 영영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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