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쇼트글라스사가 한국 투자결정 3년여만에, 실제 투자 이후 1년만에 한국시장을 포기하고 철수를 결정했다.

네슬레와 존슨앤존슨 등 수많은 외국 기업들이 한국진출을 결정한 뒤 동북아와 중국 등 대륙으로 이어지는 판매시장 확대에 성공하는가하면 한국시장에서 기반을 다지며 기업이윤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쇼트사의 전격적인 결정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국내에 진출한 많은 외국기업들은 선진 기술력과 경영, 합리적 노사관계와 고임금, 쾌적한 근무환경과 시스템 관리 등 국내 기업과는 다른 기업문화를 선보이며 국내 구직자들의 호응을 얻었던 게 사실이다.

또 외국 기업들은 기술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에 기술을 전수하고 고용을 창출했으며 국가경제에도 적잖은 기여를 하고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쟁시대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순기능을 했다.

1년만에 한국시장 철수 결정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세계적인 특수재료, 부품 및 시스템 제조업체로 2005년 기준으로 1만7천200명이 연간 매출액 20억 유로, 매출액의 76%를 전 세계를 상대로 수출하고 있는 쇼트사의 한국투자 포기결정은 매우 신속하게 결정됐다는 점에서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분명한 것은 쇼트사의 한국진출이 전적으로 쇼트사의 결정이었듯이 이번 철수 결정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윤추구를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기업이 적자를 보면서 기업을 유지할 필요가 없고 손실이 더 이상 커지기 전에 사업포기를 결정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된 많은 일들이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쇼트사 유치를 위해 경쟁이 벌어진 시기는 2004년이며 충북도와 경기도가 각축을 벌였다.

쇼트사는 당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한국 투자의향서를 체결했고 LCD유리기판 생산공장을 경기도 화성지역 건설을 검토하다가 결국 관련 인프라 구축이 잘 이뤄진 충북 청원 오창과학단지로 최종 결정하게 된 것이다.

당시 투자계획 금액은 4억6천만달러였지만 실제 투자가 이뤄진 금액은 1억8천만달러 수준에 그쳤다.

당시 충북도 사상 최대규모의 외국계기업 투자유치로 화제를 모았던 충북도청 공무원들에게 포상이 지급돼 화제를 모았다.

정부는 또 2006년 6회 외국기업의 날을 맞아 라이너 마우치 쇼트구라모토프로세싱 코리아 대표에게 은탑산업훈장을 수여했다.

이처럼 한국투자 결정이후 많은 얘깃거리를 만들어낸 쇼트구라모토프로세싱 코리아는 고도 기술분야 투자로는 가장 크고 유럽 회사의 한국 제조업 투자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지만 결국 한국시장 철수라는 극단의 처방을 내렸다.

그러나 쇼트글라스의 철수방침에도 불구하고 경제특별도 충북건설을 내건 충북도가 기업투자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으면서도 “갈테면 가라. 들어올 기업은 많다”는 식의 담담하면서도 느긋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 눈에 띤다.

실제 정우택 충북도지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해외 업체 유치 실적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에 대해 “충북이 하나의 국가라면 해외 자본 유치를 통해 국부를 창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겠지만 지자체로는 한계가 있고 또 해외에서 오는 돈이 더 좋고 국내에서 오는 돈은 나쁘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밝혀 외국기업 유치 어려움을 토로했다.

투자유치 구분할 필요 없다

또 “외국 회사의 경우 50년 동안 부지를 무상임대해주고 법인세 인하 등 각종 혜택을 주면서 얻는 이득이 국내 업체들의 대형 투자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에 비해 결코 많지 않고 좋은 기술을 전수받는 것이 아니라면 해외 업체 유치만이 최상의 방법은 아니다”라며 국내기업 유치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런 충북도가 오는 2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외국기업 대표자 등 250여명을 초청해 2008 충북도 외국기업 투자유치설명회를 개최키로 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다만 분명한 것은 국내기업 유치에 주력하겠다는 충북도가 외국기업 유치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 결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점이다.

충북도의 투자목표를 달성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내든 국외든 굳이 투자유치를 구분할 필요가 없고 한계를 미리 정할 필요도 없으며 주어진 역량을 다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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