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큰 종자시장은 고추와 무, 배추다. 이 중 고추의 경우 한국은 이미 1980년대부터 F1품종을 개발하는 등 세계적으로 앞선 육종기술을 갖고 있으며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품종들이 개발돼 재배되고 있다. 또 한국의 고추품종은 중국이나 인도 등에 수출될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으며 소득도 높아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목 중 하나다. 하지만 고추, 무, 배추의 경우 중국산 김치가 수입됨에 따라 그 가격이 하락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으며 이에 종자시장의 규모자체도 축소되고 있는 형편이다.

1997년 말 종자산업을 잘 알지 못하는 정부가 UPOV(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에 가입하고 종자산업을 세계화한다는 명분하에 종자산업법을 개정하게 됐고 이에 따라 종자회사의 설립기준을 완화했다. 이로 인해 많은 신생 종자업체가 난립하게 됐고 국내 농업계의 시장규모는 계속 축소되는 상황과 맞물려 종자업계 전체의 수익성은 매년 악화되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회사였던 흥농, 중앙, 서울종묘는 지금 몬산토와 신젠타라는 다국적기업에 인수된 상태이며 이에 한국 종자시장의 상당 부분이 이 두 다국적 기업과 일본회사에 지배되고 있는 형편이다. 양파의 경우 대부분의 농민들이 일본산 품종이 한국산 품종보다 우수하다고 인식하고 있어 훨씬 높은 가격에도 대부분의 양파재배농가에서 일본종자로 양파를 재배한다. 이에 한국회사들까지 양파 씨앗의 이름을 일본식으로 짓는 기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거기에 다른 종자는 취급하지 않고 오직 일본의 양파종자만을 수입해 판매하는 종자회사가 여럿 있으며 일본 다끼이사는 한국 4개 회사에 자신들의 양파종자를 제한적으로 공급하고 같은 종자를 서로 다른 이름으로 경쟁적으로 판매하도록 해 한국 양파종자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단옥수수의 경우 ‘골든 크로스 반탐’이라고 하는 일본 사카다사에서 개발한 품종이 오랫동안 재배돼 왔고 사료용 옥수수의 경우에는 파이오니아라는 다국적기업이 한국 사료용 옥수수 재배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재배기술의 발달 및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농약사용량이 계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에 많은 농약회사들이 종자회사를 인수·합병해 농약과 종자 전반을 총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 농약회사인 신젠타와 몬산토 뿐 아니라 제약회사로도 유명한 바이엘의 경우에도 넌헴(Nunhems)이라는 셰게적인 종자회사를 인수했고 한국에서는 시덱스라는 중소종자업체를 인수했으며 계속 한국내 여러 회사에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각 국가간의 신품종에 대한 국제적인 특허규약인 UPOV(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는 미국의 주도로 성립됐으며 이는 품종개발의 우위권을 가진 미국이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만든 것으로 이처럼 미국은 종자의 중요성을 알고 종자시장을 매우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 육종이란 새로운 종자를 개발해 내는 것으로 이는 발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신품종은 종자산업법으로 보호되고 있으며 20년간 독점적으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종자의 개발은 결코 쉽지 않다. 우선 종자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직접 심어서 재배해 그 특성을 살펴보아야 하는데 이것은 1년에 1~2회 정도 밖에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종자개발이 힘든 만큼 매우 우수한 종자를 개발하게 되면 그 경제적 가치는 매우 크다. 시장에서 인정받는 경우 시장의 대부분을 선점할 수 있으며 독점적으로 권리가 보호되므로 매우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많은 종자업체들이 신품종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신품종은 회사의 재산 1호이기 때문에 대부분 비밀리에 연구가 진행된다. 이러한 이유로 외국계 종자업체는 신품종개발 연구를 관리하기 쉽고 보안통제가 용이한 해외 본사에서 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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