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체기관의 일부분인 손과 발은 사회·문화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노동을 행하는 단순한 기관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다. 손과 발에 대한 상징성을 민속학적, 역사적, 문화사적으로 살펴본 책 ‘왼손과 오른손’‘에로틱한 발’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속학자 주강현씨가 펴낸‘왼손과 오른손’(시공사 刊)은 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왼손으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억압과 금기, 마이너리티 문화를 민속학자의 시각에서 역사적, 문화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유교문화권에서 자란 세대들은 밥을 먹고, 글을 쓰는 일상에서 왼손이 자유롭지 못했던 기억들을 가질 것이다.
자유롭지 못한 왼손의 불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작게는 가위질을 하거나 컴퓨터의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자동차의 변속기를 조작하는 행위에서 왼손잡이의 불편함은 시작되며 크게는 소수 집단, 언더그라운드, 마이너리티, 약자에 대한 지속적인 차별이 이루어져 왔다.
이 책은 왼손, 왼손집단, 마이너리티들에 대한 변명이자 오른손의 절대적인 지배권력시대에 대한 비판이다.

주강현은‘오른손 무한 권력의 시대’에 ‘왼손의 연대’를 촉구하는 것은‘문화적 열성’, 마이너리티에 보내는 경의의 표시이며 양극단을 뛰어넘어 문화다원주의를 희구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좌·우의 이념 대립, 전쟁과 평화, 부와 빈곤, 음과 양의 대립이 상존하는 사회에서 왼손과 오른손은 ‘불이(不二)’가 되는 유토피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주장한‘국가의 왼손들’에 따르면 정치인, 고급 관료 등의 ‘국가 귀족’을 ‘국가의 오른손’으로, 중하급 공무원들과 일반 시민들을 ‘국가의 왼손’으로 구분하면서 ‘국가의 왼손들’이 ‘국가의 오른손’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고민속학, 역사민속학, 도상학, 지리학에서부터 유전학과 진화론의 연관성, 언어학상의 의미, 종교학에서의 성속 구분, 철학에서의 음양오행, 문화적 통제와 헤게모니, 정치학적 좌우 논쟁 , 좌우 도형의 문화 상징 등 인문학의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윌리엄 A. 로시의 ‘에로틱한 발’(그린비 刊)은 발과 신발의 풍속사다. 발은 에로틱한 신체기관이고 신발은 그 발을 보호하는 섹슈얼한 씌우개다. 남성의 성기를 제외하면 발이 인체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남근을 상징하며, 신발은 여성의 성기를 의미한다는 것.

‘발=남근주의’는 우리의 성심리적 구조 안에 잠재의식적 존재로 깊숙이 침투돼 있다. 인디언 주니족의 여성들은 남편이 멀리 떠나 있는 동안 남편의 발자국이 찍힌 흙을 그들의 침소에 두어 남편의 바람기를 억제한다고 믿었고, 고대 로마인은 이집트의 여신인 아이리스의 발자국은 불임여성을 임신시키는 능력이 있다고 여겨 신성시했다.

피렌체, 토리노, 알렉산드리아 등 여러지역에서 로마 신과 이집트 신들에게 바친 발기념물이 발견돼 발의 남근성과 다산능력에 대한 칭송을 엿보게 한다.

이런 발의 성애학은 오늘날 우리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인들은 연간 약 10억 켤레의 신발을 닳게 하는데 110억 달러의 돈을 소비한다.

그런데 이 신발 중 약 80%가 성적매력을 위해서 디자인되고, 판매된다. 저자는 세계 다른 지역에서 아름다움과 에로틱한 위력을 칭송 받고 있는 관능적인 발이, 왜 많은 미국인들의 마음속에서는 저차원적이고 실용적인 것으로만 치부되고 있는가 질문을 던지며 성생활과 성심리적 행동 패턴의 관점에서 발과 신발의 실질적인 역할을 살펴본다.

발과 신발의 에로티시즘에 대한 증거를 각 문화권의 전설과 신화, 전통과 습속, 법전과 종교서적 등에서 제시하고 있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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