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 내수읍 형동리에 묻힌 한국 화단의 거목 운보 김기창(1914∼2001) 선생의 추모 1주기를 맞아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대규모 그림전시회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오광수)은 6일부터 4월7일까지 두 달 간 덕수궁미술관에서 ‘바보천재 운보그림’전을 개최한다.

운보 김기창 화백은 청각장애란 신체적 불구를 극복하고 전통적인 화법에 현대적인 주제와 기법을 접목시켜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데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으며 그만의 다양한 소재 선택과 강렬한 필치, 끊임없는 실험정신, 풍부한 감성은 독창적인 화풍을 이룩해 한국화단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그는 자신이 겪어내야만 했던 온갖 험한 역정에 대해 바보처럼 관대했지만 인생의 고비 고비를 예술적 천재성으로 극복해 냈던 진정한 천재였고, 모든 생각과 감정을 오로지 그림으로서만 풀어내고자 했던 태생적 화가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평생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했던 운보의 순수하고 천진한 삶의 태도와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 미술의 한 장을 대표하는 작가로서의 위상을 획득한 그의 천재성을 만날 수 있다.

운보의 작품 경향을 연대기로 구분할 때 크게 ‘구상의 시기’(1930∼1945년), ‘입체파 시기’(1950년대), ‘바보산수시기’(1964∼5년), ‘선의 시기’(1946∼1974년), ‘민화풍의 바보산수시기’(1975∼2000년) 등으로 본다.

이번 전시는 이 같은 연대기적 구분이 아니라 ‘거인’의 칭호아래 가려져 있던 운보예술의 진면목을 살펴보고자 한 것이 특징이다. 작품은 4가지 주제로 나눠 전시된다. 1부는 총 30여 점으로 구성된 1952년 작 ‘예수의 생애’를, 2부는 50년대 작가 주변의 일상적 풍경을 독특한 시각으로 해체한 ‘입체파적 풍속화’를 전시한다. 또 3부는 화조, 풍경, 인물들을 과장, 왜곡, 변형시키는 가운데 표현의 자유성을 획득하여 운보 예술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바보산수’, ‘바보화조’를, 4부는 60년대 ‘유산의 이미지’ ‘청자의 이미지’ 등으로 시작돼 문자추상, 봉걸레 추상 등 80년대 후반까지 시도된 ‘추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류지연 학예연구사는 “운보는 평생에 걸쳐 1만5천 여 점을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작의 작가다. 그러나 우리가 운보의 화업을 반드시 기려야 하는 이유는 작품의 양 때문이 아니라 많은 작품들을 통해 끊임없이 시도했던 새로운 조형성의 탐구와 그 결과 그가 살았던 당대 뿐만 아니라 후대에까지 커다란 영향력을 남길 만큼 광대한 경지를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