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무소속 조순형 의원이 한나라당 입당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조 의원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무척 의외일 것이다. 정치인 조순형과 한나라당을 매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국회의원이라면 몰라도 조 의원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를 그저 그런 정치인으로 보지 않아서다. 조 의원의 그간 행적을 볼 때 그를 여느 정치인과 비교하거나 비교 대상으로 삼는 자체가 결례다.

조 의원은 서울에서 내리 5선을 기록한 후 2004년 4월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지역구도 극복을 외치며 대구 수성을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로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을 주도하다 ‘탄핵 역풍’을 맞은 것이다. 2년 후인 2006년 7·26재·보선에서 서울 성북을에 출마해 여의도 컴백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당내 대선 경선 레이스에 뛰어 들었다가 이인제 후보에게 밀려 중도 포기하는 아픔을 겪었다. 박힌 돌이 굴러온 돌에 뽑힌 꼴이 됐다. 이후 민주당이 대통합민주신당과 합당을 논의하자 이에 반발, 민주당을 탈당했을 때 “오죽하면 그랬겠느냐” “조순형답다” 등의 동정이 많았다. 여타 정치인이 당을 박차고 나왔으면 모진 욕을 얻어먹었겠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갑작스런 한나라당행說 의외

조 의원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소신과 올바른 정치 추구의 실력이 있는 인물로 꼽힌다. 여기에 깨끗한 이미지까지 갖고 있다. 정치권에서 조 의원의 말에 토를 달거나 반론을 제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명망이 높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정치권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곤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자 정치권이 코드인사, 회전문인사니하며 말싸움을 벌일 때 조 의원의 가치가 빛났다. 그는 절차상 하자를 짚었다. 법적 근거를 제시한 정치인은 그가 처음으로 생각된다. 인사청문회 때 ‘헌법재판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는 간결한 헌법 조항을 들이댄 것이다. 적임 여부를 떠나 당시 전효숙씨는 헌법재판관을 막 사직한 전임자 신분이었다. 그의 지적에 노 대통령은 지명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전효숙 논란을 일시에 잠재운 것이다.

이런 그가 무소속 한계를 이유로 들어 생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 의원은 한나라당 입당과 관련, “총선을 앞두고 무소속 후보로는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정치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입당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매우 실망스런 말이다. 그가 조직과 돈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만천하가 알고 있다. 그랬음에도 총선에 출마했던 지역구 유권자는 6번이나 그를 여의도로 보내줬다. 그의 청렴함과 강직한 성품을 높게 평가해서다. 그리고 우리 정치사에서 귀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게 작용했을 게다.

그에게 있어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정치활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여느 정치인처럼 지역구에 돈 끌어오고 자잘한 민원을 해결했다고 자랑삼아 떠벌리고 싶거나 새정부에 입각해 장관자리 하나 차지하고 싶은 속물 근성이 그에게 내재돼 있었단 말인가. 그동안 이를 표현하지 않았을 뿐인가. 많은 사람들은 조 의원이 썩고 무능한 우리 정치권에서 올바른 표상으로 남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현재 어느 정당에 적을 두고 있지 않은 무소속이다. 18대 총선은 이제 석달도 채 남지 않았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원내에 머물며 정치를 계속하려면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그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무소속한계 설명 설득력 없어

조 의원이 악조건을 헤쳐나가길 바랬는데 이보다 상대적으로 아늑한 둥지를 찾고 있다. 조 의원이 한나라당을 자신의 이념이나 노선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황당하다. 결국 이번 일은 조 의원도 당선에 목매는 여느 정치인과 새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3선의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화제가 됐다. ‘꼴통보수’ ‘원조보수’로 불리는 그는 국회의원 3선을 ‘정치환갑’에 비유했다. 김 의원은 “보통 40대 후반에 국회의원이 되는데 3선이면 12년”이라며 물러날 때가 됐음을 밝혔다. 그는 또 “초선 재선까지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지만 3선부터는 자리만 챙기려 든다”고 자기 반성을 했다. 조 의원은 김 의원보다 한살 많은 73세이고 3번이나 더 국회의원을 했다. 김 의원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조 의원은 한참 전에 물러났어야 했다. 때를 놓친 조 의원이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무소속의 한계를 들춰내고 한나라당에 입당한들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게 없을 듯하다. 깨끗한 이미지만 깎는 꼴이 될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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