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솔직히 이 당선자의 좌장인 그에게도 일정부분‘권력의 칼’을 잡았음이 느껴진다. 이 의원의 말 한마디에도 힘이 실려진다. 그의 말은 정교함보다는 거칠고 투박하다. 또 직설적이고 도전적이다. 

최근 경북 문경새재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는 그의 영향력을 가름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

그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1만 명이나 몰렸다. 어지간한 실세가 아니고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일각에서는 “과연 이재오다운 행동이다. 당선자 측이 이 의원 주변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말이 나왔다. 실세인 그에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향후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의 역할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그로 인한 문제점 또한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권력의 속성상 이 의원에게 가장 많이 몰려드는 사람들은 첫 번째로 4·9 총선 출마자들이다.

공천이 임박해지면서 그에게 줄을 대기 위해서다. 이 당선자의 최측근이자‘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렸던 6인 회의 멤버인 그가 공천권에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가정에서다.

문경새재 출판기념회에 몰린 1만명

두 번째는 기업인들이다. 다음달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가 친 기업정서를 가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기업활동에 정부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이런 현상은 당분간 쉽사리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이 당선자가 CEO출신인 만큼 역대 대통령에 비해 경제관은 분명히 다르다. 이 같은 시각이 노파심으로 끝나기를 바라지만, 기업인들이 이 의원 등 새 정부 실제들의 주변에 맴돌 수밖에 없는 기업풍토 또한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공직자들이다. 이 당선자가 과거를 불문하고 능력 위주의 인사를 발탁하면서 공직자들이 이 당선자의 주변에 줄을 대기 시작했다. 이 당선자가 공직자의 능력 중시는 바람직하지만, 과거 DJ정권과 참여정부의 기회주의적 성향을 보여온 공직자들까지 발탁한다면 정·관계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다시 말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와 현 정부에서 자신의 출세를 위해 아첨하고 기회주의 행태를 보여온 공직자들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배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 밖에 이 당선자가 임명할 수 있는 2천여 개의 자리는 논공행상이 아니라 실력을 겸비한 참신한 인물을 발탁하는데 쓰여져야 한다.

17대 대선에서 참패를 당한 한나라당의 반대 진영을 살펴보자.

이 의원 등에 힘이 몰려 쏠림 현상으로 인한 논란이 일어난다면 쌍수를 들것이다. 당장 이 의원 등이 박 전 대표 측을 압박하면 할수록 박 전 대표의 지지세가 커지고 긍정적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한국의 정치역학구조상 승자가 권력을 독식해왔다. 이명박 정부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박 전 대표가 당을 가까스로 살려놓은 기반에서 이 당선자가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당의 구조적 한계는 이 의원 등 실세들이‘권력의 단맛’에 빠져들면서 박 대표 진영이‘토사구팽’당할 수밖에 없는 냉엄한 정치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 힘이 커진 이 의원 등의 돌출행동이 잦아질수록 이회창씨와 통합민주신당에 유리한 총선 구도가 형성되는 반면 이 당선자의 임기 내내 불리한 정치지형의 가능성이다. 그 이유는 이 의원의 성향이 뚝심과 추진력 등은 장점인 반면, 정교함이 떨어지고 저돌적인 돌출행동에서 읽을 수 있다. 또 그가 공부하는 의원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이 의원이 당 안팎에서 이명박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벌써 권력의 단맛에 빠지나

최근 이 의원의 문경새재출판기념회에 몰려든 사람들의 숫자를 보고 당에서는 “큰 일이다. MB가 왜 그를 제지하지 못하나”라는 비판적 시각이 많았다. 물론 이 의원이 이런 우려의 시각을 씻어내고 차기 정부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려면 이 의원이 사사로움을 버리고 각종 이권과 청탁을 철저히 배제하며 그의 단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또 국민들의 여론을 귀담아 들어 이 당선자의 국정운영을 돕는 일 또한 그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일 것이다. 다만 이런 가정들은 누군가 이 의원의 돌출행동에 제동을 걸 때 만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정치 속성상 한 번 권력의 단맛을 본 사람이 권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망가진 것을 수없이 봐왔다. 역대정권에서 ‘꿀통 속의 권력’이 다 닳아 없어져야 만시지탄을 읊었다. 이 의원은 물론 이 당선자 측근들이 새 정부 출범도 하기 전 꿀통 속 권력의 단맛에 길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자문(自問)해보길 바란다. 중요한 것은 권력의 칼끝은 칼을 잡은 사람의 노력여하에 따라 그 방향이 결정된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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