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간 한나라당 ‘4월 총선 공천 전쟁’이 결국 터졌다.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으며 시간이 문제였을 뿐이었다. 누가 먼저 상대를 가격하느냐에 따라 도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여하튼 양측은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돌입했다. 이제 사생결단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이 당선인이 선거운동 때 박 전 대표를 ‘동반자’라고 말한 것이 과연 진심이었나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정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인사치레거나 사탕발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당선인이 선거에 승리하고 난 후 그의 측근들이 흘린 박 전 대표의 중용설도 마찬가지다. 잔칫상에 괜한 재를 뿌릴까봐 어우른 것에 불과하다.

선거때 ‘동반자’ 발언 진심 의문

정치를 생물이라고 부른다. 이는 주변 환경이 시시각각 변한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당내 경선이나 대선 본선 때는 이 당선인이 후보신분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에 이 당선인이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렸어도 이는 예상이나 전망에 불과했다. 후보 때는 아무리 옆에서 듣기 좋은 말을 해도 손에 당선증을 손에 쥐기 전까지는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 막판에 어떻게 변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이 이런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박 전 대표에게 네번씩이나 “선거를 도와줘 고맙다”는 전화를 했다. 경쟁자였던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자택을 찾아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제는 당선된 상태다. 박 전 대표나 그의 추종세력이 싫든 좋든 앞으로 권력의 무게 중심은 이 당선인에게 옮겨진다. 아니 공식적인 권력 승계는 내년 2월25일이지만 지난달 19일 투표일 당일 당선이 확정된 즉시 최고 권력자는 이 당선인이다.

이 당선인이 당장 챙겨야 할 것은 오는 4월9일 치러지는 총선을 통해 가신그룹을 청와대 주변에 심어놓는 것이다. 말이 좋아 안정된 국정운영을 위해서 지 이 당선인 자신이 불안한 게 가장 큰 이유다. 권력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노무현 대통령같이 이를 떠받쳐 줄 기초가 허술하면 권력은 있으나 마나이다.

자신을 밀어줄 가신이 많아야 전횡을 하든 독불장군을 하든 뒤탈 없이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권위를 세우고 유지도 할 수 있다. 식물대통령에게 권력이나 권위는 무의미하다. 이들 가신그룹이 자신의 뜻에 따라 움직여주는 국회의원이고 장·차관과 청와대 참모다. 가신그룹 중에 으뜸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인데 수가 한정돼 있다. 당연히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양측의 공천싸움이 불가피한데 이 당선인이 대선에서 당선된 직후부터 싸움은 시작됐다.

현재 이 당선인측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음은 확실하며 이런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이 당선인측과 박 전 대표측의 결별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멀지도 않은 곳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가 각자 제갈길로 가면 양측 모두 손해를 보겠지만 막강한 권력이 이 당선인에게 있어 박 전 대표측의 상처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어찌됐든 권력은 이 당선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동반자’라는 말을 믿고 박 전 대표측이 이 당선자에게 읍참마속(泣斬馬謖)을 기대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항상 권력의 주변에는 사람이 꼬인다. 박 전 대표측은 이 당선인측과 대립각을 더 세우기에 앞서 내부세력 중에 이 당선인 주변으로 발길을 돌리는 일탈자를 막고 내부결속을 더욱 공고히 하는 일이 급선무다.

정치서 信義·義理 강조 난센스

우리나라 정치에서 신의나 의리를 따지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가 잊혀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낙선자들이 와신상담하며 훗날을 기약한다고 하지만 막상 정치인들과 말을 나누면 그게 그리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정치에서 멀어지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를 연호하며 쫓아다니던 사람들이 내년 총선을 목전에 두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박 전 대표측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당선인은 이미 박 전 대표를 버리는 경우의 수를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의 당내 영향력을 믿고 이 당선인에게 경선이나 대선운동 때 구상했던 지분을 요구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이 당선인이 이런 요구를 들어줄 리가 없고 들어줄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 당선인이 박 전 대표를 내치지는 못해도 검찰 등 모든 권력기관을 동원해 박 전 대표의 주변을 흔들면 박 전 대표는 그냥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이 당선인이 억하심정으로 그렇게 하지 않는 것만 해도 고맙게 여기는 때가 올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공천싸움이 갈수록 재미를 더하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