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충북 청원군 부용면 문곡리 한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국내 유명회사 제품의 ‘휴대전화 배터리 폭발사고’는 38시간의 혼란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사건이 휴대전화 품질 문제로 인한 사망사건이었다면 향후 휴대전화 제조사와 2차 전지업계는 물론 우리사회에 가져올 파장은 엄청났다. 관련업계는 초긴장상태로 빠져들었다. 이번 사건이 자칫 대규모 리콜 사태 등으로 이어질 경우 해당기업에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30대 남성의 점퍼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가 불에 탄 채 심하게 파손된 데다 점퍼 일부가 불에 탄 흔적으로 미뤄 휴대전화 배터리 폭발로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언론은 경찰의 발표에 따라 ‘중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휴대전화 폭발’, ‘휴대전화 폭발 네티즌 불안’, ‘휴대전화 안전성 논란’ 등 자극적인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고 외신들도 이 사건에 대해 타전하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제조사와 2차 전지업계는 바짝 긴장했고 주가가 폭락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해져갔다. 이번 사건이 휴대전화 폭발에 의한 것이라면 그 파장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고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배터리 폭발사고 가능성 제기

그동안 국내에서 휴대전화 폭발사고발생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휴대전화 폭발로 인한 사망사고로 결론이 날 경우 국내에서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신을 검안한 의사도 “숨진 남성의 갈비뼈의 골절과 폐, 심장부위가 손상돼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과 함께 “수류탄이 터질 때 생기는 압력의 충격으로 신체의 장기가 손상될 수 있는데 배터리 폭발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전국의 네티즌들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그동안 자신의 겪은 휴대전화의 안전사고와 사고원인 등을 분석해 글을 올리는 등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업계는 만약 휴대전화가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됐다면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8월 일본 마쓰시타와 마쓰시타의 악몽 같은 리콜사건을 연상했다고 한다. 마쓰시타가 노키아 휴대전화에 납품한 배터리에 이상 과열 현상이 발생하면서 두 회사는 4천600만대의 휴대전화 전량 리콜 하는데 1조원이 들었다. 결국 이 사건은 가해자가 사건을 은폐한 것으로 종결됐지만 관련업체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이번 사건은 우리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찰의 초기 대응의 문제에다 검안 의사까지 휴대전화 폭발에 의한 사망 사고의 가능성을 제기함으로써 혼란을 가중시켰다. 여기다 언론이 ‘휴대전화 배터리 폭발 사고’로 단정, 대서특필한 것도 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러나 업계는 처음부터 이 사건을 휴대전화 폭발에 의한 사망사건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제조사와 2차 전지업계는 그 근거로 휴대전화 배터리가 폭발했다면 파편이 튀어야 하는 데 사고 휴대전화는 녹아 내렸고, 배터리 폭발력이 갈비뼈와 척추가 골절될 정도의 폭발력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또 휴대전화가 폭발했다면 배터리 문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고 휴대전화에 쓰인 리튬폴리머 전지는 폭발위험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2차 전지 중 사망자의 휴대전화에는 인화성 액체를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고체나 젤 상태의 중합체를 전해질로 사용해 안전성이 높은 리튬폴리머 전지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한국전기연구원 측은 이 사건이 발생하자 고분자 필름으로 덮여 있는 리튬폴리머 전지의 특성상 배터리가 폭발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과수도 사망자의 사인에 대해 외부충격에 의한 심장과 폐 파열 척추절단 등으로 보이는데 이 같은 장기손상이 휴대전화 폭발사고에 의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혀 관련업계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사건은폐가 파장 불러

이번 사건은 가해자의 거짓진술로 인해 경찰과 관련업계, 언론에 혼란을 준 단초를 제공했다. 그렇지만 한번 잘못된 판단과 보도가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또 경찰의 발표만 믿고 대서특필한 언론계 또한 반성해야 한다. 언론 특성상 신속한 보도는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신중한 보도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오보로 인한 사회적 파장과 혼란은 물론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는 데다 관련업계와 종사자들에게도 엄청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건설차량에 치인 사망자가 사고당시 공교롭게 휴대전화기가 충격을 받은 것으로 결론 났지만, 가해자의 거짓진술이 38시간 동안 우리사회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왔다. 또 경찰의 초동 수사의 미숙함과 언론보도의 행태에 따끔한 질책을 준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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