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실시되는 1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 9명이 어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오늘까지 진행되는 후보자 등록에 모두 17명 가량이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동안 실시된 대선과 비교하면 양적 증가로 인해 국민의 선택 폭이 크게 넓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대한민국을 맡길 대통령 ‘깜’이 있느냐는 것이다. ‘깜’이 돼든 안되든 우리는 선거를 통해 이들 중에 한 명을 대통령으로 뽑아야한다.

예전에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한 가전제품 광고카피가 있었다. 가전제품을 잘못 골랐을 경우에 한가족이나 집안이 불편을 겪거나 손해를 보겠지만 이번에 임기 5년의 대통령을 잘못 선택하면 나라 전체를 망치게 된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중요한데 현재의 한정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내심 찜찜하다.

인물 풍성한데 도덕성이 문제

지금 각 후보들의 능력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아직 국가 최고경영자로서 일을 시작하지 않고 저마다 특출한 능력이 있어 앞으로 어떻게 될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능적 측면의 기대는 일단 접어두고 도덕성을 논하면 누구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도덕성에서 가장 심각한 치명상을 입고도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BBK주가조작 혐의, 서울 도곡동 땅투기 의혹 등은 확실히 밝혀진 게 없으니 이 부문은 논외로 하고 자녀 위장전입이나 자녀 위장 취업 등은 사실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이것이 거론될 때마다 “∼했다면”이라는 토를 달아 사과한다. 진실성이 없는 반성이다. 누가 옆구리를 찔러 마지못해 사과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 명쾌하고 진실성이 담긴 사과와 반성을 원하고 있는데 말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어떠한가. 참여정부에서 통일부장관을 지내고도 참여정부에 비수를 꽂았다. 누가 봐도 염치가 없는 행동이다.

정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4년 8월 부분 개각할 때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통일부 장관 자리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 낙점 받은 인물이다.

이런 그가 참여정부의 인기가 급락하자 노 대통령에게 “당을 떠나라”고 재촉했다. 노 대통령이 정히 그렇다면 당을 떠나겠다고 하자 자신도 당을 뛰쳐나가 새 살림을 꾸렸다.

그 새 살림집이 이리저리 떠돌다가 지금의 대통합민주신당이 됐다.

이런 ‘콩가루 집’ 구성원들이 정 후보를 위해 발품을 팔리 만무하다. 자당 의원에 대한 정 후보의 비협조 불만은 자업자득인 셈이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꼼수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한나라당 당원자격을 유지한 채 당내 경선에 불참하고선 나중에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나왔으니 말이다.

자신을 두 번이나 대선후보로 만들어준 한나라당을 배신한 배은망덕이다.

출마 발표 시점도 공교롭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BBK 등으로 코너에 몰렸을 때여서 기회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스페어 후보’ 등의 그의 발언은 우습기 그지없다. 말 그대로 스페어 후보가 있다면 박근혜 전 대표가 돼야 마땅하다. 이회창 후보는 한나라당 스페어에도 끼지 못한다. 이회창 후보가 많은 비판에도 출마를 강행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 자리가 좋긴 좋은가 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이념적 편향이 심해 국민적 화합을 이끌지가 의문이다.

가뜩이나 대립이 심한 한국사회구조에 기름을 끼얹을 개연성이 크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경선 불복이라는 원죄에도 불구하고 당을 옮겨서까지 대권 욕심을 부리고 있다. 한때 선글라스를 끼고 박정희 대통령 흉내까지 내던 그다.

가전제품보다 더 쉽게 선택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처음에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하자고 하다가 단독 출마하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창조한국당도 대선을 앞두고 급조된 면이 있다. 마음이 자주 변하는 것 같다.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연을 맺으려고 하니 대선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도체 모르겠다.

가전제품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정액의 손실을 감수하고 바꾸면 그만이다. 평생의 반려자인 부부도 성격이 맞지 않으면 이혼으로 인연을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럴 수 없다.

도덕성이 담보된 대통령은 시행착오를 겪을지언정 국민을 우롱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도덕성을 봐야하는데 국민들은 가전제품보다 더 쉽게 대통령을 고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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