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국이 지방의원 의정비로 시끄럽다. 대폭 인상 때문이다. 여론에 밀려 동결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지자체에서 크게 오른다. 많게는 100% 가까이 인상한 곳도 있다. 이러니 세금을 내는 주민들의 시선이 고을 리가 없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뭐 하는 것이 있다고 의정비를 올리느냐”며 냉소적이다. 그렇지만 지방의회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일단 소나기만 피하면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반발이 수그러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수천만원을 챙길 수 있는데 욕 한번 먹는 게 대수냐는 식이다.
지방의회는 출범할 당시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무보수 명예직이라고 해서

지방의원들이 돈 한푼 받지 않고 일한 줄 알겠지만 ‘아니올시다’이다. 이들은 회의수당, 원격지수당 등 각종 이름을 붙여 봉급성격의 돈을 받았다. 지난해 도입된 유급제는 이를 정액제로 바꾸고 명문화한 것에 불과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지방의원들은 근로의 대가로 돈을 챙겼다. 지방의원들이 유급제 도입으로 의정비를 받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은 것이다. 이 의정비를 더 받겠다는 과한 욕심이 지금의 문제 발단이다.

등 떠밀려 된 지방의원 있나

물론 지방의원들이 활동하기 위해선 밥을 먹어야 하고 차도 굴려야하니까 돈이 필요한 건 맞다. 지방의원들 뿐만 아니라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 모두 같은 처지이다. 그런데 왜 유독 지방의원들의 의정비 대폭 인상에 주민들이 분노하는 걸까. 

원초적인 질문 한개를 던지면 간단하게 이유를 알 수 있다. “‘우리 지역을 위해 일해 달라’는 주민들의 성화에 등 떠밀려 선거에 출마한 지방의원이 있는갚이다. “그렇다”고 자신에 찬 답변을 할 수 있는 경우라면 수천만원이 아니라 수억원을 인상해도 누구하나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과정에서 돈이 없어 어렵다고 하면 오히려 주민들이 의정비를 더 주자고 나설 판이다. 모르긴 몰라도 타의에 의해 마지못해 지방의원이 된 사례는 극히 드물 것이다. 대다수 지방의원들이 자기들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해 선거에 나섰다. 그런데 이제 와서 활동비가 모자란다는 투정을 부리고 있으니 주민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니겠는가.

근래에 한 충북도의원은 경조사를 챙기고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등의 지역구 관리에 한달 평균 500여만원이 소요돼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른 의원들도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정은 딱하지만 부조금 내고 행사장에 얼굴 내미는 것을 의정활동이라고 할 수 있나. 이 모든 게 다음 선거를 겨냥한 자신을 위한 투자이지 정책연구 등의 의정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불편 등의 여론을 청취하고 도정이나 시정, 군정에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부수입일 뿐이다. 이들이 그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정히 의정비가 불만이면 의원직을 사퇴하면 된다. 지방의원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현재 수준의 의정비를 받고 일하겠다는 유능한 인재는 수두룩하다. 굳이 가세(家勢)가 기우는 것을 감내하면서까지 의원직을 갖고 있을 필요가 있나. 이는 가장으로서의 직무유기다. 수신제가(修身齊家) 후에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라고 하지 않던가. 자신을 위해서나 주민을 위해서나 의원 배지를 내던지고 다른 일을 찾는 게 낫다. 지방의원들은 전문성을 높이고 의정활동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의정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의정활동을 허투루 하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의정비 불만이면 사퇴해야

충북지역의 경우 올 1월1일 기준으로 도와 일선 12개 시·군중에 재정자립도가 50%를 넘는 곳이 한 곳도 없다. 그나마 낫다는 청주시가 50%에 근접한 48.1%이다. 예산의 51.9%를 다른 곳에 의존한다는 얘기다. 98%로 전국 기초단체 가운데 최고 인상률을 기록한 증평군의 재정자립도는 17.1%이다. 혹자는 100원에서 200원으로 100% 올리는 것과 500원에서 800원으로 60% 증액하는 것을 단순비교하면 안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지역의 재정상태를 고려해 의정비를 결정하는 염치가 있어야한다. 황당한 여론조사로 여론을 호도하고 그게 마치 진실인양 ‘눈감고 아웅’하는 작태가 한심스럽다.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그런데 풀에도 많은 종류가 있다. 예컨대 생활에 이롭게 쓰이는 잔디가 있고 잔디를 망치는 클로버 등의 잡초가 있다. 지금 의정비를 투정하는 지방의원들은 잡초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봉사대상인 주민들을 짜증나게 하기 때문이다.
잡초는 잠깐 방심하는 사이 크게 번진다. 다음 선거에서 잡초를 골라내야 하는데 아직 3년이나 남았으니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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