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28일 막을 내렸다.

‘창조적 진화-깊고 느리게’를 주제로 지난 2일 개막한 이번 행사엔 세계 50여개국 2천여명의 작가들이 참여, 6천여점의 작품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진화(進化)’.

사전적 의미로는 ‘생물이 조금씩 변화해 더욱 복잡하고 우수한 종류의 것으로 발전하는 일’ 또는 ‘사물이 더욱 좋고 더욱 고도(高度)의 것으로 발전하는 일’을 의미한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공예비엔날레는 회(回)를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공예비엔날레는 고대 철기문화의 발흥지이자 금속활자의 본향으로 중부권 문화의 중심지인 청주를 재조명하고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의 육성을 통해 청주를 공예산업의 메카로 조성하기 위한 취지에서 1999년 처음 개최됐다.

1회 때엔 세계 10개국 193명만이 참여하는 ‘초라한’ 모습으로 출발했지만, 2003년 3회땐 42개국 128명, 2005년 4회땐 60여개국 1천여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등 점차 국제행사로서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행사 본질은 관람객수가 아니다

처음 행사가 열렸을 땐 ‘볼 게 없다’, ‘이게 무슨 국제행사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이테를 더해 갈수록 공예비엔날레는 국제행사로서, 공예문화산업의 성장동력으로서 그 가치와 의미가 성숙돼 가고 있다.

참여작가들이나 작품 수준이 향상되고, 독특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확충되는 등 행사 진행 면에서도 분명한 진화를 보이고 있다.

올해의 경우 ‘잃어버린 가치를 찾아서 전(展)’과 ‘공예: 삶에 대한 형식 전(展)’으로 열린 본전시회에선 예년보다 성장하고 발전한 작품 수준을 선보였다.

특별전시회로 열린 이탈리아 초대국가전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고, 중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의 작품으로 꾸며진 ‘중요 무형문화재 보유자 작품전-느림의 미학’ 전시장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북한의 인민작가와 공훈작가 등의 작품이 전시된 ‘북한공예특별전’은 북한의 색다른 공예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나무토막으로 이것저것을 만드는 체험장엔 어린아이와 동행한 부모가 ‘작품’을 만드는 모습이 정다웠으며, 다른 체험장에서도 어린아이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행사의 질적 진화와 성장보다는 관람객수에 초점을 맞춰 행사를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예비엔날레 조직위 스스로도 관람객수에 민감하다.

올해 공예비엔날레 관람객수는 58만명을 넘어서며 지난 2005년 52만4천여명을 웃도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물론 관람객수를 무시할 수는 없다. 아무리 훌륭한 행사라 해도 관람객들이 없다면 ‘실패’한 행사로 평가받는 연유다.

관람객수만 많다고 해서 ‘성공’한 행사는 아니다.

먹거리나 놀거리만 풍부한 야시장에 손님이 많다고 해서 야시장을 의미있고 품격있는 행사로 평가하진 않는다.

관람객수도 중요하지만 관람객수에 연연해 행사의 본질을 퇴색시켜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깊고 느리게 진화하라

공예비엔날레는 이제 다섯 살 먹은 어린아이다. 그런 아이에게 성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아이가 성인 흉내를 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청주,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세계 유수 작가들이 경쟁하듯 행사 참가를 소망하는 품격과 감동과 권위가 있는 행사로 진화하기 위해선 근시안적 비판보다 거시적 격려와 참여가 필요하다.

조급함을 버리고 이번 주제처럼 깊고 느리지만 창조적으로 진화하는 공예비엔날레가 된다면 머지 않아 우리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공예도시의 시민으로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라 단언한다.

체험장에서 나무토막으로 만든 비행기와 총을 손에 쥐곤 신나는 표정으로 “집에 가서 색칠해야겠다”는 내 아이들에게서 그런 믿음을 갖기에 충분하다.

단순히 만드는 것을 넘어 예쁘고 쓸모있게 만들겠다는 생각은 분명 ‘창조적 진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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