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배씨가 최근 충북도 행정부지사로 취임했다. 충주가 고향인 이 부지사는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지방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청와대와 행정자치부 등에서 근무했다. 그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에다 예의가 바르고 단구(短軀)에 비해 두둑한 배짱까지 겸비했다. 그가 음성군수와 청주시부시장을 역임하고 청와대와 행자부 등에서의 일한 행정경험을 도정에 반영한다면 역대 부지사들이 내지 못한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부지사의 취임을 계기로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첫째, 공직사회와 지역사회에 불필요한 갈등을 막는 선도적인 행정을 주문한다. 과거 행정부지사들이 도의회 등과의 갈등을 빚는 등 도정에 부담을 준 사례가 없지 않다. 물론 부지사의 직책이 때에 따라서는 악역(惡役)도 마다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은 잘 안다. 그러나 일부 부지사들은 직원들과의 관계가 껄끄러웠고 도의회와 지역사회 등과도 불편한 관계를 만들어 행정력을 낭비한 사례가 있었다.

사람이 경쟁력이다

둘째, 사람이 경쟁력이다.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충북출신 중 중앙부처 고위 공직자를 찾기란 싶지 않다. 고급 두뇌를 양성해 국가와 지역발전의 가교 역할은 물론 성장동력으로 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인근 대전시와 충남도, 강원도의 중앙정부와 철저한 인적교류는 배워야 한다. 반면 충북도는 중앙 정부와의 인사교류가 극히 미미한데도 여전히 관심 밖이다. 과거 행자부 주요보직자 중 충북출신 고위 인사들이 타 지역에 비해 적기도 했지만 있더라도 변방에 머물렀다. 이런 취약한 인적자원으로는 지역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고급 인재를 키우는 일을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것이다.

셋째, 정우택 도지사가 ‘경제특별도’를 역동적으로 이끌고 있다. 도민들은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전통적인 농업도인 충북은 경제발전 없이는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도가 기업유치에 매달리다보니 기존 업체 대표들이 소외감을 느낀다는 말이 잦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충북에 기업이 하이닉스만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알짜배기 기업 못지 않게 기존업체들에 대한 관심 또한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은 이 부지사 등의 몫이다.

넷째, 힘이 커진 기초단체장들의 제어문제와 공부하는 조직을 만들기다. 광역-기초단체, 기초단체간의 갈등조정기능의 회복이 시급하다. 지자체에 대한 도의 조정기능이 일정부분 상실됐다고 보는 것이 결코 과장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청계천개발에 반대하는 상인들을 수천 번씩이나 만나 설득했던 일화는 공직자들에게 교과서나 다름없다. 이 역시 단체장과 도민들에게 적용이 가능하다.

또 참여정부의 화두인 ‘혁신’은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즉 ‘철밥통’을 깨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혁신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연구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만이 창의적인 혁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중요성은 장성군이 잘 대변해준다. 주 5일 근무로 공무원들의 여가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즉, 공무원 개인은 물론 도정발전에 유익한 커리큘럼을 만들어 아침과 저녁시간에 개설, 운영하는 것이다.

우리는 개인 역량이 얼마나 놀라운지 잘 안다. 성공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은 발레리나 강수진씨다. 그의 발을 보면 도저히 인간의 발이라고 믿기 어렵다. 그는 하루 19시간 동안 발레연습을 했다. 세계의 발레리나들이 강씨와 함께 공연하는 것이 꿈이 됐다.

고품격 행정조직 만들어야

중요한 것은 성공의 결과가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다. 또 기업이 실패를 발표한 사원들에게 포상을 한 것처럼 공직사회도 행정실패사례를 공유해야 한다. 이는 실패로 인한 행정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최근 하이닉스가 ‘D램 수율’에서 삼성전자를 앞서자 이건희 회장이 버럭 화를 낸 것이 화제가 됐다. 이 지구상에는 영원한 1등은 없다. 노력하고 공부하는 조직만이 1등이 가능하다. 충북도는 조직과 예산, 사업추진능력 등을 잘 갖추고 있어 성공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마지막으로, 이 부지사가 음성군수 재직당시 전국 최초로 서울지하철에 농산물광고(음성고추)를 실시한 것이 대박을 터트렸고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정직’캠페인은 단연 돋보였다. 이 부지사가 창의적인 도정을 이끈다면 분명 충북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종배만의 창의적이고 역동적이며 고품격 행정조직문화’, 즉 지속 가능한 VIP(Value Innovation Program)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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