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에게는 평일은 물론 주말에 골프장 부킹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러움의 대상이다. 억대의 회원권을 보유하고도 원하는 날, 좋은 시간대에 골프를 즐길 수 없으니 답답하다 못해 울화통이 터질 노릇이다. 말이 골프장 회원이지 제대로 회원대접을 받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단순히 골프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사업가들에게는 ‘접대골프’가 필수다. 이들이 약속한 날에 부킹을 할 수 없으니 로비를 하거나 소위 힘있는 사람들을 동원한 ‘구걸부킹’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골프장의 사정이 달라졌다. 평일에는 전화만 하면 부킹이 가능하다. 주말에는 아직도 좋은 시간대에 부킹을 하기가 어렵지만 과거에 비하면 사정이 나아졌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는 아직도 골프는 능력 있는 사람들의 고비용 스포츠이지만 부킹만큼은 일종의 전쟁이자 스트레스나 다름없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퍼블릭 골프장은 서비스 측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정규홀에서 골프를 치려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세계서 가장 비싼 골프장 이용료

국내 골프장의 그린피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기로 유명하다. 주중 그린피 평균액이 15만원 선이며 주말에는 19만원 선이다. 캐디피와 그늘 집을 이용한 비용까지 계산할 경우 20만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국내 골프장 중 접근성이 용이한 수도권 지역의 경우 평균 22만원(18홀 기준)이다. 퍼블릭골프장은 주중 5만원 내외도 있지만 대부분 16만원 선이었다. 주말에는 22만5천원까지 치솟는다. 반면 태국 방콕 인근의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주중에는 50달러, 주말에는 70달러를 받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 인근 골프장은 주중 60달러 주말에는 80달러 수준. 일본은 100달러를 받고 있지만 국내 골프장은 두 세배나 비싸다. 국내 골프장 그린피가 비싼 원인은 각종 세금에 있다. 그린피에 붙은 세금은 특별소비세를 포함해 교육세, 농·어촌세, 체육진흥기금, 부가세 등에 약 2만5천원에 이른다. 골프장 세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이 별도로 부과돼 그린피에는 직·간접적으로 9만원의 세금이 포함돼 있다. 당연히 골프장 이용료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농지에 골프장 조성계획을 발표했지만 세금을 대폭 내려 골프를 치기 위해 해외로 떠나는 연간 200만 명의 여행객부터 줄이는 것이 순서다. 물론 그린피를 낮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수도권이나 접근성이 뛰어난 골프장들은 별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평소에도 미어터지기 때문에 값을 내릴 리 만무하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국내 골프장 수는 250여 개에 이른다. 최근 골프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는 것까지 감안할 경우 이보다 훨씬 많다. 그러다 보니 골프장 경영주들은 화려한 날은 가고 “우리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라”며 고객유치에 나설 날이 멀지 않았다. 이 것은 필연적으로 예정된 수순이다. 국내 골프장의 상당수가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해 그동안 배짱 좋게 영업을 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 뿐만이 아니다. 국내 골프장들이 회원권이 1억원이 넘는 데다 회원권을 소유한 사람들에게조차 푸대접하기가 다반사였다. 개인과 법인이 엄청난 돈을 들여 회원권을 구입하고도 골프를 마음껏 칠 수 없었다. 그놈의 골프가 뭐기에 회원권을 구입하고도 골프를 칠 수 없어 안 달을 하는 모습을 보면 한심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골프장의 횡포로 인해 부킹이 어려워지자 “더러워서 골프를 못 치겠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골프장 그린피가 절반까지 내릴 때까지 필드에 나가지 않겠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여전히 내리지 않는 그린피

국내 상당수의 골프장들이 골프장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그린피는 내릴 줄 모른다. 최근에는 그동안 기세 등등했던 국내 골프장들이 고객유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내 몰리고 있다. 심지어 부도나는 골프장도 있을 수밖에 없다. 골프장 수가 계속 늘어나는 데다 그린피 가격 파격 골프장이 늘어나면서 골프장들 간의 경쟁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말에 골프를 친다는 것은 감히 엄두도 못 냈다. 주말 부킹이 여의치 않는 데다 주말에 골프를 치기 위해서는 2∼3주부터 부킹전쟁부터 치러야 했다. 주말에는 아직도 원하는 시간대에 부킹이 쉽지 않지만 과거에 비해 부킹이 쉬워진 것만은 틀림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변사람들에게 부킹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지만 올해 들어 이런 부탁이 뚝 끊긴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골프장들이 그동안 챔피언 티에서 칠 수 없고 티 박스도 여성 티에서 가까운 거리에 만들어 놓고, 캐디가 시간을 맞추기 위해 고객몰이를 해 온 것이 다반사였다. 게다가 시중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음식값 등의 횡포를 부린 골프장은 곧 외면 받게 될 것이다. 주말 골퍼들이 간신히 부킹을 하고도 골프장의 일방적인 운영에 휘둘렸지만 앞으로는 칙사대접을 받을 날이 멀지 않았다. 골퍼들이 대접받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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