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인 순자(荀子)도 ‘군주는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배는 물 위에 뜬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전복시킬 수도 있다.(君子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라고 교훈했다.

백성은 지도자를 훌륭한 지도자로 만들 수도, 실패한 지도자로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백성이 없으면 지도자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백성의 지지와 신뢰가 지도자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배(舟)는 물에 떠서 간다.
그러하기에 물이 없으면 배는 아무 쓸모가 없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공들여 훌륭한 배를 만들었다 해도 물이 없으면 그 배는 무용지물이다.
지도자는 이런 의미에서 배와 같다.
배를 띄울 수 있는, 배의 존재 가치와 효용성을 평가받으려면 물이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백성의 신뢰·지지가 중요

물은 곧 백성이다.
학식과 덕망, 리더십과 추진력을 갖추고 있는 지도자라 해도 백성의 신뢰와 지지를 받지 못하면 좌초하고 만다.

그러나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서로 자신이 가장 훌륭한 배라고 내세우기만 한다.
정작 물에 뜰 수 있는 지, 물에 뜨더라도 제대로 갈 수 있는 지 검증받지도 못했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이란 바다엔 물은 갈수록 고갈되는 데 배만 많다.
오는 연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만 봐도 그렇다.
대선 후보가 무려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사람들 모두 저마다 능력과 자격이 충분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아니, 자신이 아니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며 자신이 최고의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물에 띄워보지도 않았으면서, 물에 잘 뜨는 지 검증도 안해봤으면서 최고 성능과 안전성을 지닌 배라고 호언장담만 늘어놓는다.

과연 그 많은 배 가운데 물에 띄워 보기라도 할 배가 몇 척이나 될 지는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물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물의 힘을 담대히 견뎌내며 순항할 수 있는 배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까.

우선 자재부터 우수한 것을 써야 한다.
자재가 튼실해야 거센 풍랑을 헤치고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설계도 제대로 돼야 한다.

배가 물 위에 제대로 뜨기 위한 무게와 크기는 물론 안전성과 균형감 등 전반적인 것들을 고려, 배로써 가치와 기능 등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자재와 설계가 아무리 잘 됐다 해도 만드는 과정에서 하자가 발생하면 배는 물 위에 떠보지도 못하고 폐기처분하게 된다.

선택한 자제를 제대로 쓰는 지, 설계대로 만드는 지 철저한 제작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훌륭한 배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운항 과정에서 원칙과 위험성을 무시하면 배는 곧 가라앉고 만다.

대한민국은 지금껏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퇴임 후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 속에 ‘지도자’로 우리 곁에 존재하고 기억되는 대통령을 허락받지 못했음은 어쩌면 우리 국민의 불행일지도 모른다.

5년 뒤 후회하지 말자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도자 개인의 책임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감성에 치우치거나, 인정에 휘말리거나, 판단착오와 부정한 사익(私益)에 치중해 소중한 주권을 매도(賣渡)한 책임은 국민의 몫이다.

물은 메말라가는 데 배만 만들어내는 걸 좌시하고 방관하면서 배만 탓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자.
아무런 사심없이, 국가와 민족만 생각하자.

국가의 번영과 성장, 국민의 발전과 평안을 선택의 잣대로 삼자.
정당의 당리당략과 정치인 개인의 영달은 그들만의 환상으로 남겨두자.

5년 뒤 자랑스럽고 위대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퇴임을 지켜보며 갈채를 보낼 수 있게, 이후에도 그가 오래도록 우리 곁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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