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가 40여일만에 마무리됐다. 납치된 23명 가운데 2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나머지 21명이 무사히 풀려나 다행이다. 이번 일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인질사태가 진행형일 때는 목숨이 걸린 일인데 너무 야박한 게 아니냐는 눈총을 받을까하는 걱정이 앞서 이 생각을 대뜸 글로 옮기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지인들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지면에 실어 독자들에게 의견을 묻는 것도 괜찮을 듯 싶어 몇자 적는다.

피랍사태가 해결되자마자 정부가 피랍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야 하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곳곳에서 피랍사태 해결에 들어간 돈을 피랍자들에게 물어내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가 자국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구상권 행사에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정부 구상권 행사 관심사 대두

피랍자들이 다니는 샘물교회가 이들의 귀국길에 소요된 항공료 등을 부담하겠다고 나섰지만 과연 겉으로 보여진 이 비용이 다는 아닐 것이다.

정부가 구상권을 행사한다고 할 때 비용계산을 어떻게 하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배분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국가의 국민보호 책임이라는 미명아래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기에는 국민정서가 안 좋다. 피랍자들이나 샘물교회의 태도에 따라 이번 사태 후유증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로 국민을 달래기에는 이번 일이 너무 심각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정부가 몸값을 지불했느냐하는 것도 주요 관심사다. 탈레반은 인질들과 탈레반 포로의 맞교환을 요구했다. 그런데 인질들이 풀려난 후 탈레반 포로들이 석방됐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그렇다면 탈레반이 그냥 인질들을 풀어줬을까하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정부나 탈레반 측에서 몸값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많은 국민은 몸값을 지불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몸값지불 여부의 진실과 상관없이 이번 일은 해외여행을 하든 출장을 가든, 또는 봉사활동을 하든, 현지에서 생업에 종사하든 간에 우리 국민을 이와 유사한 사태 발생 위험에 빠뜨렸다. 이 때문에 피랍사태가 발생하자 인질들의 희생을 각오하고라도 인질범과 타협을 하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정부는 탈레반과의 타협을 택했고, 이는 탈레반 뿐만이 아니라 알카에다 등 테러분자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해서만은 납치가 가장 확실한 그들의 목표달성 수단임을 확신시켰다. 당장 다음 납치가 언제, 어디서 누구를 대상으로 발생할지 걱정된다.

기독교인인 인질들이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이 득실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꼭 선교와 봉사 활동을 해야만 했는지도 의문이다.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은 타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가 없는 인질들이 그 곳에서 선교활동을 한 것을 두고 혹자는 “자업자득”이라고 비난했다.

현지 선교와 봉사 꼭 해야했나

국가정보원이 엄연히 납치경고를 한 마당에 그곳으로 선교활동을 떠난 자체를 문제삼은 경우다. 봉사활동을 비아냥대는 사람들도 있다. 국내에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수두룩한데 굳이 많은 돈을 들여 해외로 봉사를 떠나야 하는 것이다. 인질들의 속사정을 모르겠지만 이런 비판에 일면 이해가 간다.

납치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있지만 국내 언론의 취재능력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국내 언론사의 단독취재는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했다. 외국언론에 전적으로 의존하다보니 오보가 계속 이어졌고 이런 ‘오락가락’ 소식에 국민은 혼란스러워했다.

정부가 현지 위험을 이유로 입국 불허를 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이를 핑계로 여과없이 소식 전하기에 급급했던 언론사들의 무성의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여하튼 이래저래 골치 아픈 일이고 앞으로도 골치 아프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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