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소기업인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는 18년 동안 고집스러울 정도로 정직하게 사업을 해왔지만 유동성 위기로 지금 같이 부도직전까지 내몰리기는 처음이다. 자신의 사업에 대해 나름대로 철학을 가졌고 전문성과 노하우도 쌓았다. 그렇지만 지금 기업의 사정은 마치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상황이다.

이 중소기업 사장으로부터 들은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사업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민(民)·관(官) 관련 사업의 경우 관련자들이 뒷돈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후원금까지 내놓을 것을 채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사업을 원만하게 진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가 지금까지 사업을 진행하면서 쓸데없이 뿌린 돈을 계산할 경우 엄청난 금액이다. 이 중기사장은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남은 것은 빚뿐이다. 그는 사업을 계속 해야 할지, 아니면 회사의 문을 닫아야 할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최근 이 중기 사장은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한 나머지 임원을 맡고 있는 동생이 사채까지 쓰는 바람에 적잖은 이자를 내고 자동차까지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회사 백척간두에 선 상황

그는 요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가 회사대표로서 험악한 채권자와 맞닥뜨려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 데다 사채업자 등 채권자들이 회계장부와 통장까지 봐야겠다는 말에 미칠 지경이다. 그러나 그는 채권자가 요구하는 회사의 자료를 모두 내주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후련했다. 그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했다. 채권자는 험악한 욕설과 함께 회사대표로서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의도적이고 도발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채권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회사의 비리를 알고 있다면서 ‘빨리 돈을 갚지 않으면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식으로 으름장을 늘어놓았다. 빚을 갚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간으로서 참기 힘든 인내를 요구하는 상황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데 그 모멸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다.

이 회사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금까지 체납한 상태다.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사업은 기성금 신청 시 납세완납증명원이 필요하다. 세금체납으로 기성금 신청조차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기업인들이 유동성 위기에 내 몰리게 되면 가장 먼저 가족과 지인들을 찾게 마련이다. 하지만 돈을 융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바로 회사가 부도날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현재의 어려운 현실이 자신을 돌아보는 큰 전환점이 됐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는 처음엔 창피한 나머지 친구의 승용차를 빌려 탔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이런 신세까지 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아예 차를 빌려주겠다는 것도 물리쳤다. 이 중기대표는 27년 만에 처음 버스를 탔다. 버스 통학을 했던 학창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버스를 타는 순간 그는 빨리빨리 에서‘느림의 미학’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됐다. 오히려 마음에 여유가 생겨났고 그동안 아등바등 살아온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동안 정신 없이 사업에 열중하다니 보니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없었다. 이 중기대표는 그동안 ‘자신이 스스로 울타리를 친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이 중기 대표처럼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등 돌발 변수가 발생할 경우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돌아보게 마련이다. 그도 사업을 하면서 한 때 동종 업계로부터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일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돌이켜보면 사업을 하면서 발주자 등에게 굽실거렸던 일들이 그 때 뿐이지 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상식·순리 통하는 사회돼야

그는 회상했다. 사업과 연결해 주겠다 거나 사업을 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겠다는 말에 돈을 주고도 말도 못했던 던 일, 곧 일감을 줄 것처럼 했지만 결국 짜고 치는 입찰에서 들러리를 섰다 엉뚱한 업체에 일이 넘어가는 것을 보고 허망했던 일, 그리고 뒷돈을 요구하는 브로커들에게‘울며겨자먹기’식으로 돈을 건넸던 일을. 우리 사회에는 각종 탈·불이 중기대표는 이런 험한 일을 겪은 뒤부터 종교에 심취했고 그동안 돌봤던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는 등 봉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그동안 회사 일에 바쁘게 살아온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고 했다. 이 중기대표는 평상심을 되찾았지만 기업현장에는 아직도 불법로비와 편법으로 인해 좌절감을 겪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우리사회가 상식과 순리가 통하고 정직한 기업인들이 대접받는 그런 사회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이 중소기업인에게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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