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노라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같은 당의 예비후보간에는 물론이고 당과 당, 예비후보와 당, 여기에 청와대까지 뒤섞여 코미디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에게 웃음을 주는 코미디가 아닌 짜증만 불러오는 코미디여서 문제다. 관객이 없는 나홀로 공연이어서 부질없이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날선 대립은 사생결단을 방불하고 있다. 양측의 싸움은 마치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정치도의를 논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양측은 8월 경선에서 공식후보가 결정되면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공언하고있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선 그럴 것 같지 않다. 욕하거나 깎아 내리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어만 주는 게 최선의 협조일 듯 싶다.

정치도의 거론 자체가 시대착오

경부운하 재검토 보고서 유출 논란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보면 이는 확연하다. 확신을 갖지 못하는 추정발언으로 상대방을 옥죄고 있는데 결국은 유출자가 수자원공사 고위간부로 경찰수사 결과 판명이 났다.

이를 놓고 이 전시장 지지 의원과 박 전 대표지지 의원간에 의원직을 건 설전이 벌어졌다. 앞으로 어떻게 일이 전개될지 지금 판단하기 어렵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유아무야 끝날 성싶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의원직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신상모욕 발언을 하고 책임을 진 경우가 거의 없어서다.

이렇게 생긴 앙금이 경선이 끝난다고 깨끗하게 씻기지 않을 것이다. 누가 경선에서 이기든 상처만 남는 경쟁이 될게 뻔하고 그에 대한 부작용은 이미 여러 번 선거를 치르면서 국민이 익히 알고 있다. 이미 한나라당은 ‘뭉치면 산다’는 위기극복의 진리를 망각한지 오래된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선거의 성격이 국회의원이나 지방선거와 판이해 대통령의 그늘에서 그나마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승자를 위해 열심히 선거운동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캠프와 박 전 대표의 캠프간 오가는 살벌한 말을 볼 때 화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공작, 교활한 속임수, 칼, 공작의 한패 등 과거 군사정부시절에서나 나돌던 말이 민주화가 된지 20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공격과 방어의 무기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정치권은 아직도 그런 충격요법이 국민에게 어필하는 데 유용하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범여권으로 불리는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 통합모임, 시민사회단체도 한나라당을 겨냥한 ‘헤쳐모여’를 하고 있지만 내 밥그릇 챙기기에 열중한 나머지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말로는 한나라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데 이 목표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 채 서로 주도권을 잡겠다고 난파선 위에서 싸움질이다. 그러면서 누구는 나중에 배를 탔기 때문에 선장이 되면 안된다며 가시 돋친 말을 퍼붓고 있다. 누가 선장이 됐든 난파선이 가라앉기 전에 일단 정상으로 되돌리면 그만인 것을 참 한심한 작태다.

염치없이 국민 팔아 선명성 경쟁

노무현 대통령은 하고싶은 말을 마음대로 못하게 됐다며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헌법소원을 내는 등 국민을 상대로 헛김 빼기 공연을 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와 관련된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두 차례나 요구하자 “앞으로 선관위에 물어보고 말을 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쳇말로 어깃장이다. 노 대통령의 이런 행동과 관련해 선거정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있다. 여하튼 정치9단이라고 불리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도 노 대통령의 계산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으니 두고 볼 일이다.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 중에 하나가 ‘국민’이다. 국민이 심판을 할 것이라느니 국민이 반대한다느니 하는 자의적인 말을 쓴다.

그러나 국민은 심판하거나 정치 현안에 대해 반대할 의향이 없다. 더욱이 그들의 싸움에 싸구려 무기가 될 마음이 전혀 없다. 누구의 편이 되거나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는 악역을 맡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염치없기 말끝마다 국민들을 팔고 있다. 이게 우리 국민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