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발 공직혁신 1탄을 쏘아 올렸던 울산시가 공직내부에 대한 권위주의 타파를 발 벗고 나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울산시는 ‘내가 곧 시민이고 시장’이라는 모토로 공직사회의‘탈 권위주의 10대 과제’를 추진하는 등 고질적인 관행을 깨기 시작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각종 행사의 개회식 때 개회사만 하되 3분 이내로 제한했다. 그동안 행사성격과 의미와는 관계없이 시간 끌기로 참석자들의 불만을 사왔던 축사와 격려사, 환영사를 생략한 것이다.

다만 행사성격상 반드시 필요할 경우에는 축사와 격려사, 환영사는 최소한으로 줄이되 시간도 2분 이내로 제한했다.

또 하나는 행사장 앞줄에 앉던 기관장 대신에 행사 성격에 맞는 인사들을 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행사의 의미와는 관계없이 기관장이라는 이유로 늘 앞자리에 앉는 것은 개선돼야 할 권위주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서울시의 ‘공무원 3% 퇴출제’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들의 ‘철밥통’을 깨는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공직사회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축사 등에 목숨거는 단체장

그런데 아직도 공직사회의 이런 변화와 개혁의 노력에도 꿈쩍 않는 지자체와 단체장이 많다. 각종 행사장을 방문하거나 인사말을 하는 것을 표를 의식,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단체장이 많다는 얘기다.

이런 단체장이 있는 한 지자체의 발전은 물론 공직사회의 개혁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발전을 위해 24시간을 투자해도 모자랄 판에 행사장을 전전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한 행사장에 참석했던 모 지역 단체장이 인사말을 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화를 벌컥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모습을 봤다.

주최측은 내빈 소개에 이어 특별히 이 단체장에게 건배제의를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주최측이 건배제의를 하면서 축하의 인사말을 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 단체장은 얼굴을 붉힌 채 “바빠서 가야 한다”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그 것까지는 좋았다. 단체장을 초청해놓고 축사를 시키지 않았으니 섭섭하고 화를 낼 수도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행사 주최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항의하는 것은 정도를 넘어선 것이다.

이는 주민을 깔보는 행태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단체장만을 탓할 수도 없다. 단체장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야만 행사가 빛난다는 그릇된 생각은 구시대의 유물이다. 따라서 주민들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

또 하나는 임기 내내 중앙부처 방문조차 하지 않는 권위주의적인 단체장이다. 지역발전은커녕 선글라스를 끼고 노래방이나 전전하는 그런 사람을 말한다. 실제 이런 사람이 있었다.

이 단체장은 한 번 술자리에 앉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참모들이 곤혹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런 단체장들에게 처음부터 지역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문제가 있다면 유권자들이 잘 못 뽑은 죄밖에 없다. 이런 단체장이 임기동안 인사권과 예산권을 쥐고 흔드는 동안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풍조는 극에 달하고 지역발전이 퇴보할 수밖에 없다.

이 밖에 주민들이 욕을 했다고 상의를 벗고 싸우겠다고 달려드는 단체장, 의회를 홀대하는 단체장, 본연의 임무조차 모르거나 알고도 외면하는 부 단체장 등의 엇박자 행태는 안타깝게도 진행형이다.

이런 권위주의적인 단체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바로 지난달 25일 발효된‘주민소환제’다. 서울 일부지역의 경우 단체장을 대상으로 주민소환 추진 움직임을 보이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민소환제 발효로 긴장

또 공직사회는 개혁 못지 않게 단체장들의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 인사권과 예산권은 쥐고 흔들라고 준 것이 아니라 책임도 함께 지라는 의미다.

안타까운 것은 5·31지방선거가 1년을 넘긴 시점에도 선거과정에서 주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렸던 낮은 자세는 온데 간데 없고 권위주위만 늘어났다는 점이다. 단체장들의 이런 권위적인 모습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이 사용하는 사무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부분 이들은 주민들을 위한다는 위민행정의 수장의 방이라고는 믿지 못할 정도로 권위적으로 방을 꾸며 놓았다.

선거 당시 주민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약속과 열정, 절반만이라도 실천한다면 훌륭한 단체장으로 평가받고도 남을 것이다.

단체장의 권위는 권한 행사를 통해 얻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주민들을 위할 때만이 가능하다. 단체장의 권위는 바로 주민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단체장들은 지역발전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 주민들과 공무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 속에 잠재된 열정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역할이다. 또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즉 공직사회의 학습된 조직변화의 핵심은‘위민행정 우선주의’다.

이러기 위해서는 단체장으로서 타성에 젖지 않고 혹독한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직변혁의 일관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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